26일 하마스로부터 석방된 세번째 인질 그룹을 태운 이스라엘군 헬리콥터가 텔아비브에 위치한 슈나이더 아동 병원 상공에 나타나자, 시민들이 나와 이 장면을 촬영하며 환영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28일 오전 7시(한국시간 28일 오후 2시)로 다가온 전투 중지 종료 시간을 눈앞에 둔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쪽 모두 이를 연장할 뜻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하마스 박멸’을 위해 전쟁을 계속 수행한다는 의지를 꺾지 않고 있고, 하마스도 저항을 이어간다는 입장이어서 추가 합의가 영구 휴전으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6일 밤 대국민 성명에서 전투 정지 사흘째를 맞아 인질이 추가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이것(나흘 동안의 전투 중지)을 넘어서 하루 기간이 연장되면 10명의 인질을 추가로 풀어준다는 틀이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다. 이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하마스에 붙들려 있는 더 많은 이들을 구해내기 위해 전투 중지 기간을 연장할 뜻이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시엔엔(CNN) 방송은 “이스라엘 전시 내각이 이날 저녁 회의에서 전투 중지 기간의 연장 가능성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하마스 역시 이날 저녁 성명에서 “휴전협정에 명시된 대로 석방된 사람들의 수를 늘리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통해, 나흘간의 교전 중지가 끝나면 휴전을 연장하길 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쪽이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전투 중지 기간 연장은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걸림돌도 눈에 띈다. 이번 협상을 중재한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 사니 카타르 총리 겸 외교부 장관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한 인터뷰에서 다른 가자지구 무장단체가 40명 이상의 여성과 어린이를 끌고 간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마스가 끌려간 이들을 찾아내야 휴전이 연장될 수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추가 합의가 이뤄진다 해도 ‘단기간’에 그칠 전망이다. 이스라엘 전시 내각은 지난 22일 일시 휴전안에 합의하며 교전 중지 기간에 한도를 뒀다. 네타냐후 총리도 이 사실을 언급하며 “나는 (방금 전 이뤄진)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에서 이 틀이 끝난 뒤에 우리는 목표인 하마스 박멸, 가자지구가 예전과 같은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보장, 모든 인질 해방을 실현하기 위해 전력을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마스 또한 이스라엘을 상대로 한 ‘지하드’(성전)를 멈출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하마스의 군사조직인 알깟삼(알카삼) 여단은 이날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낸 성명에서 아흐마드 간두르 북부 가자여단 사령관 등 고위 사령관 등 4명이 숨졌다는 사실을 밝히며 “우리는 그들의 길을 따라 걸을 것이고, 그들의 피는 무자헤딘(전사)에게 빛이 될 것이며 압제자에겐 불이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에 앞서 이뤄진 사흘째 포로 교환은 큰 탈 없이 마무리됐다. 하마스는 이날 미국·이스라엘 이중국적자인 4살 소녀 애비게일 이단을 포함한 17명(이중국적 포함 이스라엘 국적자 14명)을 석방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 소식이 전해진 뒤 “아이가 돌아온 것에 대해 신께 감사드린다”며 “가서 아이를 안아주고 싶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끔찍한 사건으로 부모를 잃은 이단에게 많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단이 지난달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을 때 엄마가 눈앞에서 살해되고, 아빠가 자신을 지키려다 역시 총을 맞고 죽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아이는 이후 대피한 옆집에서 이웃들과 함께 납치됐으며, 억류 중이던 24일 4살 생일을 맞았다.
이단을 포함한 이스라엘 국적자 중 13명은 가자지구 이스라엘 접경지역 철조망을 통해 이스라엘 쪽으로 인계됐다. 이들의 건강 상태는 대부분 양호했지만 일부는 영양 부족 상태를 호소했다고 국제적십자위원회 등이 밝혔다. 나머지 4명은 러시아·이스라엘 이중국적자인 로니 크리보이와 타이인 3명이었다. 이들은 이집트와 접한 라파흐 검문소를 통해 석방됐다.
이스라엘 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팔레스타인인 39명도 석방됐다. 이들은 이날 저녁 이스라엘 교도소 6곳과 요르단강 서안지구 교도소 1곳에서 풀려나 버스를 타고 서안지구 라말라에 도착했다. 라말라에선 수백명의 환영 인파가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며 이들을 환대했다.
김미향 기자,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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