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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하마스 내각 최대 위기..전방위 압력

등록 2006-04-08 10:24

하마스 변화 조짐속 자치정부 권력다툼 양상

지난달 29일 공식 출범한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내각이 출범 1주일여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오랜 기간 팔레스타인인들의 독립적인 생존권을 부인해온 이스라엘은 "테러리스트"를 근절한다는 이유를 들어 군사공격을 강화하고 있고, 이스라엘 편을 드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원조중단 카드를 동원해 하마스 주도의 자치정부에 대한 고립작전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하마스 내각은 1987년 조직 출범 이후 지켜온 핵심노선인 이스라엘 존재 부인(否認) 문제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런 가운데 자치정부 권력의 또다른 축을 이루고 있는 마흐무드 압바스 수반은 이스라엘과 서방의 눈치를 봐가며 하마스 내각과 본격적인 힘 겨루기를 시작했다.

◇이스라엘 공세 강화 = 이스라엘은 7일 가자남부 라파 지역 등에 미사일 공습을 가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인 인명저항위원회(PRC) 소속원과 5세 여자 아이 등 6명을 살해했다고 팔레스타인 보안관리들이 밝혔다.

이스라엘 군은 또 저항 용의자 검거를 위해 요르단강 서안 나블루스 인근의 난민캠프를 이날 기습해 팔레스타인 무장요원들과 교전을 벌여 팔레스타인인 1명을 사살했다고 알-자지라 인터넷판은 보도했다.


앞서 이스라엘 군은 4일에도 무장단체 저항거점 분쇄작전의 일환으로 하마스 내각 출범 후 처음으로 가자지구의 수반 집무실 부근을 공습해 팔레스타인 경찰관 2명이 부상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이스라엘이 자국에 대한 강경 노선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하마스를 벼랑 끝으로 몰기 위한 전술의 하나로 군 작전을 강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서방권은 하마스 내각 돈줄 차단 = 이스라엘 입장을 지지하는 미국과 EU는 7일 하마스 주도의 자치정부에 대한 직접 원조를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거의 동시에 발표했다.

압바스 수반의 파타당으로부터 재정이 취약한 자치정부 내각을 물려받은 하마스는 미국과 EU의 원조 중단 결정으로 당장 14만명의 공무원에게 임금을 주지 못하게되는 등 자치정부 운영이 마비될 위기에 놓였다.

하마스는 미국과 EU의 원조 중단에 따른 재정 부족분을 아랍권 국가들과 반 서방 이슬람 국가인 이란이 채워주길 희망하고 있지만 그런 기대가 충족될 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미국과 EU는 하마스 내각에 직접 원조를 중단하는 대신에 유엔 기구나 국제구호기관을 통해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인도적 차원의 간접지원을 늘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이스라엘을 인정하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하마스 내각과는 계속 상대하지 않겠다는 의미여서, 하마스는 기존 노선을 바꾸든지, 아니면 서방권의 원조를 영영 포기해야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됐다.

일부 분석가들은 미국과 EU는 직접 원조 중단을 통해 하마스 내각을 궁지로 몰아넣어 궁극적으로는 하마스 정부를 무너뜨리고 총선을 다시 실시토록 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미 뉴욕타임스는 이스라엘이 매달 5천만달러 규모인 자치정부에 대한 각종 세수 이체를 중단하고, 미국과 EU는 지원금 규모를 줄이는 방법으로 하마스 내각을 고립화시키는 전략을 짰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하마스 변화 조짐 = 이스라엘과 서방권의 전방위 압박공세가 본격화되면서 하마스 내부적으로 이스라엘 인정문제를 놓고 미세한 변화 조짐이 나타나 주목되고 있다.

변화의 핵심은 팔레스타인 분쟁의 해결방안으로 거론돼온 "2 국가안".

중동 평화를 중재해온 미국, 유엔, EU, 러시아가 지지하는 이 방안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서로의 실체를 인정해 2개 국가로 공존한다는 개념이기 때문에 하마스가 이 방안을 받아들이면 이스라엘을 인정하는 셈이 된다.

따라서 하마스가 "2국가 안"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면 이스라엘은 물론 서방권과의 관계가 급진전돼 중동지역에 평화의 훈풍이 불어올 가능성이 크다.

하마스는 마흐무드 알-자하르 외무장관이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에게 최근 보낸 서한에서 "2국가안"을 언급했다는 최초 보도가 지난 5일 나온 뒤 이 문제에 대해 정리된 공식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다소 혼란스런 모습을 보여줬다.

하마스 내각을 대외적으로 대표하는 자하르 장관은 이 보도 직후 아난 총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2국가안"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이후 하마스의 한 관리는 "알-자하르 장관이 초안에 들어 있던 2국가안 언급을 삭제했는데 수정되지 않은 초안이 유엔에 잘못 보내졌다"고 해명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2국가안"이 하마스가 대외적으로 표명한 입장으로 굳어지지 않았지만 하마스가 내부적으로 이 방안을 놓고 고심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자하르 장관은 7일 발행된 영국의 더 타임스와의 회견에서 중동평화 중재자들과 "2국가안"의 정확한 개념을 확립하기 위한 논의를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또 익명의 하마스 자치정부 관리는 이스라엘과의 분쟁 해결방안으로 "2국가안"을 채택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것으로 AP통신이 보도했다.

그러나 이스마일 하니야 총리는 이날 2국가안에 대해 하마스 내에서 어떤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지에 대해 모른다는 입장을 밝혀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하마스-압바스 수반 권력다툼 조짐 = 하마스 내각이 외부의 거센 압력에 직면한 가운데 하마스와 압바스 수반 간의 권력다툼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압바스 수반은 작년 1월 팔레스타인들의 직접 선거로 선출됐고, 하마스는 지난 1월 총선에서 압바스 수반이 이끄는 파타당을 물리치고 내각을 장악했다.

팔레스타인 권력의 두 축을 이루는 양측의 권력싸움이 심화되면 중동지역의 정정불안이 가속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선제공격은 압바스 수반이 했다.

압바스 수반은 5일 라파 지역을 포함한 국경통과소를 관할하는 국경관리청을 수반의 직접 관할 하에 두면서 이 부서의 독립적인 재정과 치안유지권을 보장하는 행정명령을 발령했다.

압바스 수반은 이스라엘을 인정하지 않는 하마스 내각 출범 이후 EU가 라파통과소에 배치한 감시요원을 철수하겠다는 압력을 가하고 있는 점을 들어 국경관리청에 대한 관할권 변경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바스 수반은 아울러 파타당 당원들이 장악한 경비대를 이끌고 있는 라시드 아부 슈바크를 치안총수로 임명해 경찰과 긴급구호대를 포함한 3개 치안조직을 통할토록 했다고 일부 언론은 전했다.

지금까지 이들 3개 치안 조직은 각 기관장 체제로 운영되면서 내무장관의 통제를 받아왔기 때문에 이번 조치로 하마스 출신인 사이드 시얌 내무장관의 권력이 약화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하니야 총리는 6일 "내각의 권한을 빼앗아 갈 수 있는 똑같은 조직을 만드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압바스 수반에 반기를 들 뜻을 내비쳤다.

실제로 하니야 총리는 7일 압바스 수반과 만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하마스 내각은 임명된 게 아니라 선출된 정부임을 강조하면서 내각의 권한을 건드리지 말라는 입장을 압바스 수반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이번 일을 계기로 이스라엘 파괴를 주장해 온 하마스와, 협상을 통해 이스라엘과의 공존안을 도출하자는 입장인 압바스 수반 측이 정면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http://blog.yonhapnews.co.kr/medium90/

박세진 특파원 parksj@yna.co.kr (카이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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