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내전 등 중동정책 역풍,
민주화 타령하던 부시는 침묵만”
‘뉴욕타임스’ 보도
민주화 타령하던 부시는 침묵만”
‘뉴욕타임스’ 보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 침공 명분의 하나로 내세워온 ‘중동민주화’ 계획이 부작용만 낳은 채 시들어가고 있다.
내전으로 치닫는 이라크 상황과 이슬람주의 확산, 이란 ‘반미정권’의 영향력 확대 등 미국의 중동정책이 역풍을 맞는 동안, 중동의 전제적 정권들이 예정된 선거를 잇따라 연기하고 개혁파를 탄압하는 등 ‘중동민주화’도 후퇴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9일 보도했다. 올해 초까지도 중동 상황을 언급할 때마다 ‘민주화’를 단골메뉴로 내세우던 부시 행정부도 중동의 동맹 정권들이 야당을 탄압하는 데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미국으로부터 매년 20억달러를 지원받는 이집트 정부는 12월로 예정됐던 지방선거를 2년 연기하기로 지난 2월 결정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도전했던 야당 지도자 아이만 누르는 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이집트 정치 분석가들은 지난해 총선에서 반정부 이슬람주의 단체 무슬림형제단의 돌풍에 위기를 느낀 이집트 정부가 자의적으로 선거를 연기하는 한편, 새 정당 창당도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이슬람주의 확산을 우려하는 미국의 이해와도 맞물린다.
이집트 무슬림형제단 대변인 에삼 엘 에리안은 <뉴욕타임스>에 “미국은 폭력적 이슬람주의 단체들 때문에 문제를 겪고 있다. 이는 민주주의가 부족하기 때문인데, 정작 이 지역 사람들이 비폭력적 이슬람주의 단체를 선택했을 때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올해 예정된 카타르의 사상 첫 의회선거도 2007년으로 연기됐다. 총선이 3번째로 연기되자 개혁파들은 헌법위반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예멘에서도 올해 말 대선을 앞두고 언론통제가 강화되고 있으며, 반정부 언론인들이 투옥됐다.
지난해 즉위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국왕은 자문위원회(슈라)를 선출직으로 바꿔야 한다는 개혁파들의 요구를 거부했다. 총선이 없는 사우디에선 국회의원에 해당하는 슈라 위원들을 국왕이 임명한다. 개혁파들은 일부 슈라 의석에 대해서라도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중동민주화’라는 개념이 유행하던 지난해 2월 요르단의 압둘라 국왕은 26명의 저명한 전문가들을 모아 종합적 개혁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2500쪽의 개혁문서가 제출됐으나 아무런 조처도 없다. 개혁안 작성에 참여했던 타헤르 알 마스리는 “무슨 이유에선지 출판도, 홍보도 되지 않는다. 모여서 사진을 찍고나니 그것으로 끝이었다”고 말했다.
부시 행정부는 중동민주화를 강조하며 이라크를 침공해, 잇따라 선거를 치르면서 이라크가 중동의 민주주의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친미적인 민주정권들을 수립해 극단주의에 맞서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에 대한 반발로 이슬람주의가 확산됐고, 위기감을 느낀 친미정권들은 반정부세력과 야당에 대한 탄압의 고삐만 더욱 죄고 있다. 요르단 일간 <아랍 알 아윰>의 타헤르 알 아드완 편집장은 <뉴욕타임스>에 “이라크 상황을 보면서 사람들은 ‘미국식 개혁은 잊어버리라’고 말하게 됐다. 미국은 개혁주의자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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