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11일 성도 마샤드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이란은 산업용 우라늄 농축을 위해 핵에너지 프로그램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연설하고 있다. 마샤드/AFP 연합
대통령 “핵연료 우라늄 농축 성공” 선언
미국 “이란 잘못 가고 있다” 정면 대치
미국 “이란 잘못 가고 있다” 정면 대치
이란이 핵발전용 농축우라늄 생산에 성공했다며 “핵국가 클럽 가입”을 공식 선언했다.
11일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된 연설에서 “처음으로 연구용 수준의 핵연료용 우라늄 농축에 성공했다. 핵연료 싸이클이 완성됐다”며 “이란이 핵 국가 클럽에 가입했음을 공식 선언한다”고 발표했다고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골람 레자 아가자데 이란 원자력기구의장 겸 부통령도 이날 “4월9일 우리는 3.5% 농축우라늄을 성공적으로 생산했다”며 우라늄농축의 원료인 육불화우라늄가스 110t도 생산했으며 연말까지 원심분리기를 3천개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스콧 매클렐런 미 백악관 대변인은 “이란의 발표는 국제사회에 대한 도전 행위”라며 “미국은 안보리 회원국들과 다음 단계 조처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의 발표가 당장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천연우라늄에 0.7% 정도 들어있는 우라늄235를 5% 정도로 저농축한 우라늄은 핵 발전용이며, 핵무기를 만들려면 이를 90% 이상으로 다시 고농축해야 한다. 이란이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하려면 5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유력한 전망이다. 그러나, 이론적으로는 우라늄 농축기술을 일단 확보하면 반복작업으로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다.
이번 발표는 ‘핵프로그램을 결코 중단시킬 수 없다’는 의지를 강조하려는 정치적 목적이 더 크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달 28일 “30일 안에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포함한 모든 핵활동을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데 대해, 이를 정면 거부한 셈이다. 발표 시점도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이란을 방문하는 12일을 겨낭했다.
이란 내에선 서방의 압력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강경파가 ‘핵 주권’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를 결집해, 유리한 고지에 서기 위한 벼랑 끝 전술을 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란에는 ‘석유 무기화’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등 빼들 수 있는 카드가 아직 여럿 남아 있다고 말한다.
미국과 유럽은 유엔 안보리가 이란의 우라늄농축 중단 시한으로 정한 오는 28일 이후부터 본격적인 압박수단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안보리 안에서 대이란 제재를 이끌어내는 게 일차 목표지만 러시아와 중국이 반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연합은 이란 외교관들의 여행제한, 자국 기업들과 이란의 거래 제한 등 별도의 제재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가 외교적 해결이 실패할 경우의 비상계획으로 이란 공습계획을 마련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도 계속 나오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 제2의 산유국인 이란을 둘러싼 국제적 갈등은 고유가를 더욱 부채질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의 발표가 나온 11일 뉴욕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중질유는 7개월만에 최고인 배럴당 69.45 달러까지 올랐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