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신매매된 뒤 강제로 고기잡이 노동을 하다 구출된 아이들이 가족과 재회하는 행사에서 힘든 노동 뒤의 평안을 상징하는 전통 춤을 추고 있다.
[인권현장을 가다] 서아프리카
인신매매 구출된 어린이들의 ‘슬픈 학예회’
인신매매 구출된 어린이들의 ‘슬픈 학예회’
그것은 ‘슬픈 학예회’였다. 적도 하늘에 뜬 해가 아프리카의 메마른 대지를 한껏 달궈놓은 정오, 성당 앞마당 아카시아나무 아래서 아이들이 맨발로 땅을 박차며 전통 춤 ‘라꾹’을 췄다. 전통 타악기가 경쾌하게 장단을 맞춰줬지만, 지켜보는 부모들의 얼굴엔 기쁨도, 슬픔도 아닌 검은 무표정이 자리잡고 있었다. 지난달 25일 서아프리카 가나의 수도 아크라에서 북동쪽으로 1시간30여분을 달려 도착한 아베이메 지역 세이크리드 하트 성당에선 인신매매를 당해 강제로 고기잡이를 하다 구출된 이 지역 어린이 39명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의식이 치러지고 있었다. 국제이주기구(IOM)의 도움으로 구출된 어린이들은 두 달 동안 재활 과정을 마친 상태였다. 고기잡이배 노예 노동 어린이 39명
국제이주기구 도움으로 부모 품에
“긴 노동 긑났으니 즐겁게 놀자”
라꾹춤 추며 악몽 끝내는 ‘의식’ 아이들은 그들이 겪은 일을 작은 연극으로 만들어 선보였다. 이들은 인근 볼타 호수의 어부들에게 팔려갔다. 작은 고깃배를 타고 호수로 나가 새벽 5시부터 저녁때까지 수없이 물속으로 뛰어들어 ‘라피아’라는 물고기를 잡아올렸다. 노와 채찍으로 얻어맞고, 말라리아 등 풍토병에 걸리기도 했다. 알루(15·남)는 “물속에 그물이나 어항을 설치하고 다시 거둬들이는 일을 했는데, 함께 일하던 친구가 그물에 발이 걸려 나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런 생활을 2년 동안 버텨낸 알루는 “하루빨리 그 기억을 잊고 싶다”고 했다. 길게는 6년을 일한 아이도 있었다. 안젤리나(6·여)나 빌리브(6·여)처럼 물일을 하기에 너무 연약한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이 잡아온 고기를 이고 시장에 나가 팔아야 했다.
강제노동에서 구출된 한 어린이가 어머니의 품에 안겨 웃고 있다.
아이들의 연극이 인신매매 과정을 묘사하는 대목에 이르자, 부모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아이들을 단돈 10달러에 판 것은 다름 아닌 부모들이었기 때문이다. 어부들은 선불금 10달러에 해마다 50달러를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대개는 선불금만 주고 말았다. 아이들은 그만큼 값싼 노동력이었다.
강제로 고기잡이 노동을 하다 구출된 곤프레드, 빌리브, 완다(앞줄 왼쪽부터) 남매가 어머니와 만나고 있다.
강제로 고기잡이 노동을 하다 구출된 아이들이 가족과 만나는 행사에서 자신들이 겪은 강제 노동을 재연하는 연극을 하고 있다.
재활센터 생활을 마치고 가족과 만나러 떠나는 한 피해 어린이가 차창 안에서 재활센터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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