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국가들 일단 당근책 제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의 편지가 공개된 뒤 서방국가들은 ‘당근과 채찍’ 전략을 선택했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애초 이번주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유엔헌장 7장에 따라 이란을 제재할 결의안에 대해 표결을 강행해야 한다며 강공책을 펴왔다. 그러나 이들은 9일 협상 끝에, 이란이 핵을 포기하면 얻을 수 있는 이익들에 대해 새로운 제안을 하기로 결정했다. 갑자기 분위기가 바뀐 것은 이란 대통령의 편지가 협상에 나설 뜻이 있다는 의미로 비쳐져, 러시아와 중국 등의 결의안 반대가 힘을 얻었기 때문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이란이 ‘편지 외교’로 우위를 점한 상황에서 서방국가들도 일단 제안을 해 명분을 쌓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란이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제재에 나서는, 일종의 ‘당근과 채찍’ 전술이다.
이란 대통령의 편지에 대해 미국은 ‘시간 끌기용’이라며 일축했지만 일부에서는 “이란의 대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는 긍적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9일 전했다. 이 신문은 또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세계 언론으로부터 유례 없는 긍정적 주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에이피통신>은 편지가 ‘능란한 묘책’이며 ‘기민한 협상 술책’이라고 평가했고, 영국 <인디펜던트>는 이란 쪽 핵협상 대표인 알리 라리자니의 말을 인용해 “시간이 지나면 이 편지가 새로운 외교적 활로를 열어줄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핵 외교에서 강력한 언사를 앞세워 왔으나 이란 지도부 내에서는 외교적 해결을 모색하는 목소리들도 있어 왔다.
박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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