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미국 등 서방과의 분쟁에서 석유를 무기로 사용할 경우 가공할 위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워싱턴 포스트지가 19일 보도했다.
포스트지는 1967년 중동전쟁 때 5개 아랍국가들이 석유를 무기로 내세워 미국과 유럽 등에 대한 석유 수출을 중단했지만 미국이 하루 100만배럴 증산에 나서는 등 각국의 석유생산 확대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며 이란이 석유 수출을 중단할 경우, "이란의 석유 무기는 이 나라가 개발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어떤 핵무기 보다도 유용할 것임을 입증할 것으로 많은 사람들은 보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란의 핵무기 사용은 파멸을 초래하겠지만 석유무기를 사용한다면, 세계 경제를 인질로 잡아 영향력을 발휘해 양보를 얻어내고 수백억달러의 부가 수입까지 올릴 수 있을걸로 보인다는 것.
미국과 영국, 프랑스 정부 당국자들은 석유가 이란 전체 수출의 85%, 정부 재정수입의 65%를 차지하는데다 이란의 석유 수출대상국들도 중국, 인도, 일본 등이어서 웬만한 경제적 압력에는 이란이 석유수출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란 결론을 내렸다고신문은 지적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란이 군사공격을 받을 경우 석유 수출을 중단하는 것은 물론 걸프해역을 봉쇄해 세계 석유수급에 결정적 차질을 초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란이 하루 250만배럴에 달하는 석유 수출을 중단할 경우 사우디 아라비아가 산유량을 하루 120만-150만배럴 늘릴 수 있겠지만 이는 대다수 정유시설에 부적합한중유이며, 이라크나 나이지리아 등으로부터의 증산도 어려운 상황이다.
알리 라리자니 이란 핵문제협상 대표는 이란의 석유 무기화에 대해 "우리는 석유를 무기로 사용하는데 흥미가 없지만, 여건히 바뀌면 우리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기창 특파원 lkc@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이기창 특파원 lkc@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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