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암시장으로 세계 무기 대거 밀반입
“바그다드에선 고작 2.4달러(2300원)로 한 사람의 생명이 사라지고 있다”
동유럽 등에서 밀수된 ‘싸고 정확성은 높은’ 무기들이 이라크의 암시장으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분쟁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국제 인권단체인 옥스팜은 15일 발표한 ‘탄약:분쟁의 연료’라는 보고서에서 바그다드 암시장에서 팔리는 AK-47 소총용 총탄 한발 가격이 0.3달러에 불과해 소말리아 내전에서 1발당 1.5달러에 비해 훨씬 헐값에 팔리고 있다고 전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사람 한명을 죽이는 데 보통 4~12발의 총탄이 발사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바그다드에서 한명이 총에 맞아 목숨을 잃는데 고작 2.4달러가 든다”고 이 단체는 지적했다.
이라크 의료진 등이 암시장에서 구입한 총탄을 분석한 결과, 바그다드에서 쓰이는 총탄은 주로 중국과 불가리아, 체코, 헝가리, 러시아, 세르비아 등에서 생산돼 이라크 정부의 허술한 통제를 뚫고 대거 반입되고 있다. 또, 미국이 이라크군에게 지급한 총탄 등이 암시장으로 흘러들기도 한다.
옥스팜은 26일부터 열리는 유엔 소형무기 규제회의를 앞두고 발표한 이 보고서에서 전세계적으로 탄약 밀거래가 확산되면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의 분쟁을 부채질하고 있다면서 소형무기에 대한 강력한 통제를 호소했다. 보고서는 지난 5년 동안 소말리아, 아프간,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이라크 등 분쟁 지역에서 불법적 소형무기들이 범람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각종 범죄와 대량학살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매년 세계적으로 최소 76개국에서 140억발의 총탄이 제조되고 이 가운데 약 17%만 수출통계에 잡히고 나머지인 100억발은 높은 ‘마진’을 남기기 위해 밀거래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옥스팜은 밝혔다. 탄약을 사서 분쟁지역에 파는 무기상은 500%의 마진을 남기기도 한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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