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장관·의원 64명 연행…“정권붕괴 작전”
납치된 병사 구출을 명분으로 가자지구로 진격한 이스라엘군 전투기들은 30일에도 가자시티의 팔레스타인 내무부 청사를 10여 차례 공습하고 정당 건물들을 파괴하며 공격 수위를 높였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인민저항위원회(PRC)에 인질로 붙잡힌 이스라엘군 병사 길라드 샬리트(19) 상병의 석방을 위한 협상을 중재하고 있는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팔레스타인쪽이 인질 조건부 석방에 동의했지만, 이스라엘이 이에 합의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30일 일간 <알아흐람>과 인터뷰에서 “이집트는 여러 하마스 지도자와 접촉해 이스라엘이 몇가지 조건을 들어주면 이스라엘 병사를 조속히 넘겨주겠다는 기초적이고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지만, 이스라엘이 동의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고 <에이피> 통신은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이집트 정부의 요구로 가자지구 북부에서 본격적인 군사작전을 벌이려던 계획을 일시 보류해 ‘외교적 타결’이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이스라엘 외무부는 이런 제안을 알지 못한다며 “무조건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30일 현재 가자와 서안 지역에서 하마스 출신 팔레스타인 장관과 의원 64명을 붙잡아 억류했다. 일부에서는 이들을 납치된 병사와 맞교환하려 한다고 추측하지만, 이스라엘이 ‘하마스 정권 붕괴’를 목표로 이번 작전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30일 이스라엘군의 대대적인 하마스 지도부 억류는 병사 석방이라는 목표를 넘어서 하마스 정권을 붕괴시키려는 ‘큰 전략’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스라엘 정부가 하마스가 집권할 때부터 하마스를 붕괴시키기로 결정했다는 전문가들의 말을 전하며, 하마스 지도부 체포 작전이 이번주 이스라엘 사법부의 승인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이 계속되면서 중동 민심이 들끓고 있다. 이집트의 이슬람주의 단체 무슬림형제단은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아랍 국가 지도자들을 비난했으며, 요르단에선 연좌농성이 벌어지기도 했다. 유럽연합(EU) 인도주의 지원담당 집행위원인 루이 미셸은 이스라엘의 이번 군사작전은 “이미 고통을 받고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비참함을 더했다”고 말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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