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 ‘팔’ 이어 레바논 진격…전선 확대되나
이스라엘이 12일 레바논의 이슬람 무장단체 헤즈볼라에 납치된 병사를 구출하겠다며, 북부 국경을 넘어 레바논으로 진격했다.
6월 말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에 납치된 다른 병사 1명을 구하겠다며 가자지구를 보름째 공격해온 이스라엘은, 이에 따라 두 개의 전선에서 싸우게 됐다. 중동의 위태로운 기운이 짙어지고 있다.
헤즈볼라는 12일 이스라엘군과 소규모 교전 중 이스라엘 병사 2명을 붙잡았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곧이어 “지상군이 납치된 병사 구출을 위해 국경을 넘어 레바논 남부로 진격했다”고 발표했다. 레바논 내전 당시 22년 동안 레바논 남부를 점령했던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의 끈질긴 군사공격에 밀려 2000년 철수한 뒤 처음으로 이날 레바논으로 진격했다.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는 “레바논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 레바논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군은 탱크와 전투기, 함포를 동원해 레바논 남부에 폭격을 퍼부어 다리와 도로를 파괴했으며, 헤즈볼라도 로켓포로 맞서면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 병사 6명과 레바논 민간인 2명이 숨졌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이스라엘 전투기가 남부 시돈항을 공습하는 동안 레바논군도 반격에 나섰다.
이날 전투는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접경지역 마을을 포격하고, 헤즈볼라가 보복공격에 나서면서 시작됐다. 헤즈볼라는 군 차량을 공격해 병사들을 납치했으며 “이스라엘이 붙잡고 있는 레바논 수감자 석방”을 요구했다.
이번 사건은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일어났다. 이번 사건 뒤 하마스 레바논 지부의 오사마 함단 대변인은 <알자지라>에 “이스라엘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팔레스타인과 레바논, 모든 아랍인 수감자를 조건 없이 석방하는 것뿐이라는 점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가 이스라엘 병사를 인질로 잡은 뒤 석방조건으로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을 요구해 왔다는 점에서, 헤즈볼라와 하마스의 공조를 내비친 셈이다. 미국은 두 단체를 테러단체로 지목해 비난해 왔다.
시아파 이슬람 단체인 헤즈볼라는 1980년대 초 이란 지원으로 결성돼 이스라엘에 저항하는 공격을 벌여왔다. 지난해 ‘중동 민주화’를 추진한 미국은 헤즈볼라의 무장해제를 집요하게 요구했다. 일부 아랍 정권들은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지원해온 시리아를 다음 공격 목표로 삼을지 모른다며 우려하고 있다고 <에이피>는 보도했다.
한편, 이스라엘이 이날 가자지구 중심도시 가자시티를 공격해 팔레스타인 희생자들이 늘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군이 가자 공격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알자지라>는 12일 “주검들에 파편이 박치지 않았는데도 이상할 정도로 심하게 타 있다”는 팔레스타인 관리들과 의료진들의 말을 따, 이스라엘군이 화학물질이나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신형 무기를 사용한다는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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