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병사들이 19일 이스라엘 북쪽 레바논 접경지역 아비빔 마을에서 장갑차로 부상병을 실어나르며 긴박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비빔(이스라엘)/AFP연합
‘헤즈볼라 분쇄·친서방 정권 수립’
파괴할 시간 주려 라이스 중동방문 늦춰
시리아·이란 영향력 무력화가 궁극 목표
파괴할 시간 주려 라이스 중동방문 늦춰
시리아·이란 영향력 무력화가 궁극 목표
일주일 넘게 레바논을 공격 중인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조체제와 전략적 목표가 뚜렷해지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19일 레바논에 대해 무제한 공격을 결정하고 이를 실행에 옮겨 레바논인 57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헤즈볼라 무력화할 시간벌기 <뉴욕타임스>는 “미국은 이스라엘의 공격을 통해 헤즈볼라를 무력화한 다음에 레바논 남부에 이스라엘을 보호할 ‘완충지대’를 설정하고, 레바논 국경을 감시할 다국적군 파견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헤즈볼라를 무장해제시킨 다음 친서방 레바논 정부를 세우는 것이 미-이 동맹의 일차 목표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현재 이스라엘 및 아랍 동맹국들과 이란·시리아가 헤즈볼라를 재무장시키지 못하도록 레바논 국경과 베이루트 공항을 국제 감시 아래 두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이 신문이 전했다.
미국은 국제여론에 밀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에 정전을 요구하기 전에,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시설들을 최대한 파괴할 수 있도록 일주일의 시간을 줬다고 영국 <가디언>이 19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국은) 앞으로 일주일 동안 (이스라엘이) 공격을 계속하도록 허가한 것이 분명하다”는 한 유럽 고위관리의 발언을 전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중동 방문을 계속 미루고 있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이 지금 상태에서 정전과 다국적군 파견에 반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리아와 이란이 최종 목표 큰그림에서 헤즈볼라 ‘제거 작전’은 시리아와 이란을 겨냥한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분쇄를 통해 골칫거리인 이란의 영향력 약화를 한꺼번에 노리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시리아와 이란의 중동내 입지를 약화시킨다면, 미국의 이라크 전략과 전세계적인 ‘테러와의 전쟁’에도 중요한 이익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치피 리브니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납치된 병사 2명이 문제가 아니다. 이스라엘은 이란·시리아·헤즈볼라·하마스 등 중동 전역의 큰 위협과 맞닥뜨리고 있다”고 강조한다. 전미유대인위원회의 에란 레르만 이스라엘국장은 <에이피>에 “이번 군사작전은 급진 이슬람주의에 대응하는 결정적 순간이며, 섣부른 조기 철수는 전략적 실수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레바논은 해체? 레바논내전(1975~1990) 와중에 레바논을 침공한 이스라엘의 전략적 목표는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무력화와 친이스라엘 정부 수립이었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가 요르단에서 쫓겨나 베이루트에 둥지를 틀었을 때, 이스라엘과 미국은 ‘테러집단’으로 낙인찍은 이 기구를 쫓아내고,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을 레바논 정부를 수립하겠다는 목표를 분명히했다. 그렇지만 이스라엘은 결국 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이스라엘의 공격은 종파에 따라 분열된 채 불안하게 공존해온 레바논을 하나의 나라로 살아남지 못하게 할 가능성을 조성하고 있다고 <인디펜던트>는 분석했다.
이스라엘군의 전투기와 함정들은 19일 레바논 전역에 대대적인 포격을 감행해 민간인 57명의 목숨을 앗아갔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사망자 수는 8일 전 전투가 개시된 이후 최악의 수치다. 이로써 레바논인 사망자수는 최소 310명으로 늘어났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레바논 재무장관은 20억달러 이상의 기반시설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