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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기고] 이스라엘 ‘이중전쟁’과 중동 지각변동

등록 2006-07-20 18:49

한국외국어대 이란어과 교수
한국외국어대 이란어과 교수
보복전쟁 본심은 정권교체 목표
시아파연대 중동정치 주역으로
6월25일 팔레스타인과 7월12일 레바논에서 일어난 ‘인질 사건’을 둘러싸고, 이스라엘이 남북 양쪽에서 펼치는 군사공격이 전면전으로 확대되고 있다. 인질 사건 이후 이스라엘이 보여준 즉각적인 조처는 단순한 보복공격의 의미보다는 정치적 목적을 내포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이중 전쟁’은 서로 연관돼 있고,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인 인민저항위원회(PRC) 대원들이 이스라엘 병사 샬리트 상병을 인질로 잡은 것이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는 왜 극단적 행동을 감행하여 파국을 초래했을까?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행동은 단순히 충동적인 인질극이라고 볼 수 없다.

6월8일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내무부 보안대장으로 임명된 인민저항위원회 지도자 자말 아부 삼하다나 등 4명을 살해했다. 9일에는 베이트 라히야 해변에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팔레스타인 가족 7명이 사망하고 32명이 다쳤다. 해변 사건 이후 하마스는 지난해 2월부터 지켜온 이스라엘과의 휴전합의를 깨고 무장단체들과 연합해 가자지구에 인접한 이스라엘 마을 스데로트에 로켓포 공격을 가했다. 이스라엘은 즉각 보복에 나섰고 수차례에 걸친 폭격과 공격으로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당했다. 일련의 사건을 면밀히 검토해 보면 이스라엘이 이번 사태를 불러일으켰다고 볼 수 있다.

또다른 문제점은 ‘납치’와 ‘연행’이라는 용어에서 나타난다. 대부분 언론들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와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병사를 ‘납치’했다고 보도했으면서도, 가자를 공격한 이스라엘군은 6월29일 하마스 고위인사와 현직의원 등 60여명을 ‘연행’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 레바논 무장단체들의 행위를 테러행위로 규정하고 있고 미국은 “이스라엘의 공격은 자위권”이라고 동조하고 있다. 납치와 연행의 용어 사용에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입장이 그대로 반영된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목숨을 잃고 있는 무고한 민간인들은 또 다른 테러에 의한 희생이 아닌가? 무장단체가 생포한 이스라엘 병사들은 정확히 표현하면 인질이 아니라 전쟁포로라고 볼 수 있다.

이스라엘의 가자 공격(‘여름비’ 작전)과 레바논 침공(‘정의의 처벌’ 작전)의 목적은 이 지역에서 정권교체를 통해 이스라엘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이슬람운동의 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스라엘은 공격 도중 하마스 소속 정부 각료 8명과 의원들을 붙잡아 하마스 정부를 위협하고 있다. 또한 동예루살렘을 포함한 서안지구 통제를 강화하면서 분리장벽과 정착촌 확대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또한 레바논에서 지난해 라피크 하리리 전 총리가 피습 사망한 사건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세력으로 등장한 헤즈볼라를 제거해 친이스라엘 정부를 수립하려고 한다. 1982년 아리엘 샤론 전 이스라엘 총리(당시 국방장관)가 이끈 레바논 침공도 똑같은 목적에서 시도됐지만 실패로 끝났다.

이스라엘의 하마스와 헤즈볼라에 대한 군사공격은 이슬람주의자들이 제도권 정당으로 변화하며 새로운 이슬람운동을 확산시키는 흐름을 방해하려는 의도도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사건의 배후로 이란과 시리아를 언급하면서 사태를 중동전역으로 확산시키려 한다. 이로 인해 이란과 시리아가 개입된 ‘제5차 중동전’이 발발할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중동의 정치지형을 새롭게 재편하고 있다. 중동분쟁의 불씨인 팔레스타인 문제가 다시 부각되면서 아랍 민중들의 정서를 자극해 이슬람 강경파의 입지가 강화되고 있다. 특히, 이란을 중심으로 한 시아파 연대가 가시화될 전망이다. 이는 지난 15일 개최된 아랍연맹 긴급정상회의에서 일부 아랍 정부 관계자들이 보인 헤즈볼라에 대한 부정적 반응에서도 읽을 수 있다. 이번 사태를 통해서 시리아와 하마스의 협조 아래 이란, 이라크, 헤즈볼라의 시아파 연대가 중동의 새로운 주역으로 등장하고 있다.


유달승/한국외국어대 이란어과 교수(중동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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