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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이스라엘, 레바논 바알벡 ‘주피터신전 맹폭’
2000년된 세계문화유산 파괴 위기

등록 2006-07-25 14:12수정 2006-07-25 17:21

비교적 잘 보존되어온 레바논 바알벡의 바쿠스신전. 이 신전은 그리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의 유적보다 규모가 큰 로마시대 최고의 신전건축물이다.
비교적 잘 보존되어온 레바논 바알벡의 바쿠스신전. 이 신전은 그리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의 유적보다 규모가 큰 로마시대 최고의 신전건축물이다.
유네스코 지정 로마시대 세계문화유산 ‘바알벡’ 파괴 눈앞
이스라엘이 연일 레바논에 맹공을 퍼부으면서 레바논 문화유적들이 위기에 처했다.

특히 로마시대 유적의 보고로 꼽히는 레바논의 유서깊은 작은 마을 바알벡(Baalbek)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파괴될 위기에 놓여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바알벡에는 2000여년전 로마 유적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으며, 로마시대 신전인 `주피터 신전' 유적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공격이 시작되면서 바알벡은 연일 폭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 거리는 텅 비었고, 상점들은 문을 닫았다. 여름축제는 중단된 상태다.

특히 지난 20일에는 24t짜리 폭탄이 마을 중앙에 떨어져 주민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타레크 미트리 레바논 문화장관은 21일 마쓰우라 고이치로 유네스코 사무총장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고대 건축물들이 계속되는 폭격으로 위협을 받고 있으며 직접적인 공격을 받을 위기에 놓여 있다”면서 유네스코의 즉각적인 개입을 요청했다.


지금까지 바알벡과 주변 지역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35명이 숨지고 200명이 다쳤다. 헤즈볼라가 운영하는 6층짜리 건물은 파괴됐으며 2∼3층짜리 건물들도 폭삭 주저앉았다. 마을 주민 12만5천명 가운데 4분의 1 가량은 이미 시리아 등으로 피난길에 올랐다.

아이들은 언제 폭격의 대상이 될지 몰라 두려움에 떨며 지내고 있다.

주피터 신전 앞에 있는 한 호텔로 피난한 한 소녀(15)는 “바알벡에는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다”고 말했고, 옆에 있던 또 다른 소녀(20)도 “그들은 모든 것을 파괴했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건 기적”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24일 치열한 교전을 벌여 헤즈볼라의 거점 마을인 빈트 즈바일에 진입했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 병사 2명이 숨지고 최소 20명이 부상했다. 이스라엘군은 빈트 즈바일 언덕 꼭대기를 장악했으나 마을의 나머지 지역은 여전히 헤즈볼라 수중에 있다고 군 관계자들이 전했다.

바알벡, 파르테논보다 규모 큰 로마시대 최대의 신전

레바논 바알벡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금까지 남아 있는 로마시대의 사원들중 가장 규모가 크고 비교적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는 건축물이다. 주피터(로마신화의 최고의 신으로 하늘의 지배자, 그리스이름 제우스)와 비너스(미의 여신), 바쿠스(술의 신)에게 바쳐졌던 바알벡 신전의 사원들은 2~3세기에 지어졌으며 그리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의 파르테논 신전보다 규모가 크다.

2000년전 옛 모습이 부분적으로 남아 있는 1904년경에 찍은 바알벡 주피터신전의 사진.(사진=위키피디어)
2000년전 옛 모습이 부분적으로 남아 있는 1904년경에 찍은 바알벡 주피터신전의 사진.(사진=위키피디어)

바알벡이란 이름은 이 지역 페니키아인들이 섬기던 신 바알(Baal)에서 비롯했다. 바알은 성서에서 유대인들이 유대교의 유일신 야훼 대신 섬기는 우상의 대표로 기록돼 있기도 하다. 로마의 점령 이후 이 지역 바알신을 숭배하고 제물을 올리던 자리에는 주피터 신전을 비롯해 바쿠스, 비너스 등의 신전이 세워졌다.

3개의 신전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은 주피터 신전이다. 신전 입구와 육각형의 앞마당, 회색빛 앞마당(Great Court), 신전 등 4부분으로 구성돼 있는 주피터 신전은 측면 88m, 정면 48m로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보다 크다. 2세기 즈음 세워진 이 신전에는 22m 높이의 거대한 돌기둥 6개가 당시의 영화를 보여주고 있다. 거대한 이 6개의 기둥은 원래 54개였던 기둥의 일부다.

유엔 “헤즈볼라가 민간인 틈에 섞여 있어 피해 커”

에밀레 라후드 레바논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이 민간인에 치명적인 무기들을 사용하고 있다면서 유엔에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했다. 라후드 대통령은“제네바 협정에 따르면 3가 인을 함유한 폭탄(phosphorous bomb)과 레이저 폭탄을 민간인과 아이들에게 사용해도 되는가”라며 이스라엘을 비난했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레바논의 바알벡(Baalbek)의 주피터 신전의 거대한 기둥 6개. (사진=위키피디어)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레바논의 바알벡(Baalbek)의 주피터 신전의 거대한 기둥 6개. (사진=위키피디어)
한편 얀 에겔란트 유엔 긴급구호대책본부장은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레바논 민간인들 사이에 뒤섞여 있어 민간인의 피해가 컸다고 지적했다. 그는 24일 밤 키프로스 라느나카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헤즈볼라는 비겁하게 민간인들 사이에 뒤섞여 있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면서 “헤즈볼라는 매우 적은 수의 병사들을 잃은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지만 무고한 민간인들이 공격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공격이 시작된 이후 레바논에서는 최소 384명이 숨졌으며 이 가운데 헤즈볼라 전투원은 11명, 군인은 20명에 불과하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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