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공격이 보름 가까이 이어지면서 레바논 경제가 회복 불능의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도로와 다리, 공항, 항만, 통신시설 등 사회기반시설이 거의 파괴됐다. 주식시장과 건설산업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포화가 멈추더라도 관광산업은 원상복구가 불가능한 지경이다.
영국 <비비시(BBC)>는 24일 레바논의 다리란 다리는 이제 거의 파괴됐으며, 도로의 80%는 기능을 상실했다고 전했다. 레바논 경제분석가 마르완 이스칸데르는 <비비시>에서 “레바논 경제의 피해 규모가 2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레바논 정부가 1989년 내전 종식 이후 공항과 항만, 통신시설 등 사회기반시설에 투자한 50억달러의 절반 가까이가 2주새 날아간 셈이다.
베이루트의 주식시장과 건설현장에는 사람 그림자가 비치지 않는다. 올해 160만명의 방문객을 기대했던 레바논의 관광산업도 초토화됐다. 설사 휴전이 되더라도 위험지역으로 낙인찍힌 레바논의 관광산업은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240억달러 수준인 레바논으로선 치명적인 타격이다.
레바논은 최근 해마다 6%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이젠 그런 호시절을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전문가들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아무리 높게 잡아도 2%를 넘기 힘들 것으로 예상한다. 이것도 분쟁이 조만간 종식된다는 것을 전제한 것이다. <비비시>는 올해 레바논 정부의 수입이 6억달러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당장 휴전이 되더라도 빠른 복구를 기대하기 힘들다. 이미 350억달러의 빚을 지고 있는 레바논 정부로선 막대한 복구 비용을 조달할 여력이 없다. 새로 빚을 내기도 힘들 뿐아니라, 빚을 내더라도 높은 이자를 감내해야 한다. 이스칸데르는 “복구에는 속도가 중요하다”며 “30억달러 정도의 무상지원이 당장 절실하다”고 말했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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