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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말 레바논 대사 “‘테러’와 ‘저항운동’은 달라”

등록 2006-07-26 11:12

“이스라엘 선공습중단 후협상해야” “PKO보다 강한 유엔군 보내야”
헤즈볼라는 정당을 기반한 단체…쉽게 해체되지 않을 것
후세인 라말 주한 레바논 대사는 "이스라엘은 레바논 땅을 무단으로 점령해놓고 이에 대한 '저항'을 '테러'라고 명명하고 있다"며 "헤즈볼라의 '저항' 행위는 합법이며 이스라엘이 레바논 국민을 상대로 저지르고 있는 폭력이 바로 '테러'"라고 주장했다.

라말 대사는 25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테러와 저항운동은 구분돼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하고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가 제안한 포로교환에는 아무런 답이 없이 갑자기 도로와 다리를 마구 파괴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스라엘이 레바논으로부터 철수를 요구하는 안보리 결의안을 무시하고 유엔이 파견한 평화유지군(Peacekeeping Operation)이 들어오지 못하게 '보안구역'(security belt)을 만드는 등 국제사회의 뜻에 어긋나는 행동을 계속해서 취해왔다고 비난했다.

이스라엘 침공에 레바논 군대가 대적하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냐는 질문에 라말 대사는 "레바논 군대는 이스라엘군처럼 미국의 막대한 기술지원과 수년간의 전쟁경험을 통해 강화된 군대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특히 "우리 군대는 이스라엘과 같이 미국을 등에 업은 강력한 군대와 맞서 싸울 수 없다. 이렇게 균형이 안 맞는 상대와 어떻게 싸움을 하겠는가"고 반문하고 "평화유지군은 무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평화를 지키고 유지하는 성격의 군대라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면서 "만약 군대가 파견된다면 이보다 좀 더 강한 군대가 유엔을 통해 파견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1945년 이-레바논 종전협정에 따라 적대적 행위가 금지됐는데도 이스라엘은 매일 '소음벽(비행기의 고도가 변할 때마다 발생하는 엄청난 소음)'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레바논인들에게 고통을 안겨줬지만 물리적 충돌을 원치 않을 뿐더러 대항할 힘이 없는 레바논 국민은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라말 대사는 무엇보다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 공격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그는 "납치된 것은 이스라엘 '병사'인데 왜 무고한 레바논 '시민'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있는가"라고 반문하고 "이는 레바논 국민을 학살하려는 의도로 밖에는 이해가 안 된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이어 라말 대사는 "어린 아이들을 비롯, 1천 명 이상이 부상을 당했고 75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적십자의 구호차량과 인근국이 보낸 앰뷸런스도 공습하는 판국이라 난민들은 원조물자를 언제쯤 손에 쥐어볼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특히 "이렇게 인명피해가 계속 발생하는 상황에서 협상은 불가능하다"고 못박고 "(이스라엘이)먼저 공습을 중단하고 그 다음에 협상을 해야 할 것"이라며 이스라엘 측의 '즉각적인 휴전불가' 입장을 비난했다.

라말 대사는 "레바논 정부는 이스라엘군이 즉각 공습을 중단하고 협상을 통해 포로를 교환하길 원한다"고 말하고 "남부 슈브아 지역에서 이스라엘군이 철수하고 레바논 군대를 주둔시키길 원한다"고 밝혔다.

슈브아 지역은 레바논과 이스라엘 국경이 맞닿아 있는 35㎢에 달하는 농경지로, 라말대사는 "이스라엘군은 이 지역을 점령하면서 지뢰를 곳곳에 심어놓았다"면서 "그런데 이스라엘이 지뢰 지도를 레바논에 건네주길 거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지역의 '지뢰 지도'를 이스라엘 쪽으로부터 건네받아 지뢰들을 제거하고 나아가 이 지역을 이스라엘군의 점령으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이 바로 헤즈볼라의 목표"라고 부연했다.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철수와 함께 해체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라말 대사는 "슈브아땅의 해방, 이스라엘군에 인질로 잡혀있는 레바논인들의 석방, 그리고 이 땅에서 지뢰 제거라는 세 가지 목표를 달성하면 헤즈볼라는 임무를 다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그는 "헤즈볼라는 정당을 기반으로 국회에서 활동하고 장관을 2명이나 배출하고 사회적인 연대를 실현한 집단"이라며 헤즈볼라를 단순 무장세력으로 해석하는 것을 경계함으로써 헤즈볼라가 쉽게 해체되지 않을 것임을 암시했다.

이스라엘군의 무차별 공습이 지속되는 한 레바논은 현지인과 외국인 모두에게 위험지역이다. 지난 23일 AFP 사진기자가 탄 택시가 이스라엘군에 폭격당한 사건과 관련, 현지에 머물고 있는 기자들의 안전에 대해 묻자 그는 "아무도 보장해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그는 위험을 무릅쓰고 현지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하는 언론인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라말 대사는 "이제는 매스컴의 역할이 커져 아랍언론이 레바논 현지 소식을 소상히 전할 수 있어 레바논의 '진실'을 감출 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동희 기자 dhsuh519@yna.co.kr (서울=연합뉴스)

라말 레바논 대사 인터뷰 전문

“200여 명의 어린 아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지금 레바논 땅 위에 움직이는 모든 것은 이스라엘군의 표적이다. 이것이 바로 '테러'아닌가.”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베이루트 국제공항 활주로는 아스팔트 조각들로 변했고 비행기의 이착륙이 불가능하다. 고국방문을 포기하고 지난 21일 서울로 발걸음을 돌린 후세인 라말 주한 레바논 대사는 현재 레바논의 상황은 참담하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라말 대사는 25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은 레바논 땅을 무단으로 점령해놓고 이에 대한 '저항'행위를 '테러'라고 명명하고 있다"며 "헤즈볼라의 '저항'은 합법이며 이스라엘이 레바논 국민을 상대로 저지르고 있는 폭력이 바로 '테러'"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이 자국 병사가 납치당한 데 대한 보복성 침공을 시작한지 벌써 만2주가 났지만 이스라엘-헤즈볼라간 교전의 끝은 보이질 않는다. 라말 대사는 "이스라엘군이 헤즈볼라가 제안한 포로교환에 대한 아무런 답이 없이 갑자기 도로와 다리를 마구 파괴했다"고 말했다.

인터뷰에 앞서 현 중동지역 분쟁의 원인에 대한 레바논측 견해를 설명한 라말 대사는 이스라엘이 점령지역에서 나가고 난민들의 귀향을 허용하며 팔레스타인 정부를 수립하게 해주면 문제는 해결된다고 밝혔다.

다음은 라말 대사와 일문일답.

--미국이 원조의사를 밝혔는데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원조를 환영한다. 우리는 지금 '재난국'이다. 민간 및 인권단체에서 보내는 원조도 환영한다. 한국에서 보내는 원조도 환영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구호물자를 베이루트내 난민들에게 수송할 통로가 막혀있다. 이스라엘 선박들이 부두를 모두 막아 외부 선박들이 들어가지 못한다. 시리아와 레바논을 잇는 유일한 다리는 공습으로 통행이 막혔고 공중에서 또 이스라엘 정찰기가 계속해서 감시를 하고 있다. 적십자 차량도 공습당했고 아랍에미리트에서 보낸 수십대의 앰뷸런스도 저지당했다. 레바논에 중요인사가 들어오려면 이스라엘군에게 모든 공습을 중지하라고 요청해야 할 정도다. 나는 프랑스를 경유해 레바논에 들어가려 했으나 들어가지도 못했다. 현재 레바논에는 들어가기도 힘들고 나오기도 힘들다. 항공기도 전혀 뜨지 못하는 상황이다. 레바논 전역이 감시에 놓여있고 공습에 노출돼 있다. 길을 걸어다니는 것도 위험하다.

한 예를 들어보겠다. 한 마을에 이스라엘군이 철수하라고 요구했고 이에 따라 한 가족이 두 대의 차량에 나눠타고 떠나던 중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이들(23명)은 몰살당했고 8세 여아만 살아남았다. 완전히 잿더미가 된 이곳에서는 시체조차 수거할 수 없는 상황이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병사를 납치했는데 왜 시민을 죽이고 있는가. 이것은 레바논 국민을 말살하려는 의도에 다름아니다. 이스라엘군 지도자는 헤즈볼라가 로켓포를 1발 쏘면 레바논내 건물 10채를 무너뜨리겠다고 말했다. 지금 베이루트내 대부분의 건물은 모두 폭격당해 콘크리트 더미에 불과하다.

--미국 라이스 국무부 장관은 "정전은 없다"고 말했는데

▲미국은 (유엔을 비롯해서) 어느 나라와도 입장이 같지 않다. 유일하게 이스라엘을 원조하고 지지하는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은 레바논과 헤즈볼라에게 이스라엘이 내건 조건을 먼저 수락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어떻게 전쟁이 지속되고 있고 인명피해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데 협상이 가능한가. 공습을 먼저 중단해야 협상이 가능한 것 아닌가? 미국은 레바논을 지원하면서도 동시에 지하 방공호를 뚫을 수 있는 '벙커버스터'를 이스라엘에 보냈다.

--레바논 군대는 왜 더 강력히 대응하지 않는가

▲레바논은 평화지향적인 나라다. 우리는 전쟁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우리 군대는 우리나라 규모에 맞게 구성돼 있다. 이스라엘처럼 전쟁을 통해 강화된 군대가 아니다. 우리 군대는 이스라엘과 같이 미국을 등에 업은 강력한 군대와 맞서 싸울 수 없다. 이렇게 균형이 안 맞는 상대와 어떻게 싸움을 하겠는가. 레바논은 교황이 방문해서 말했듯, "평화를 사랑하는 문명국가이며 '평화의 상징'이라는 메세지를 전하는 나라"다.

---유엔이 파견한 PKO가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는가

▲1978년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공격하자 유엔은 안보리 결의안 425호에 의거, 철수를 요청하고 평화유지군(Peacekeeping Operation)을 보냈지만 이스라엘은 되려 레바논에 '보안구역'(security belt)을 만들어 평화유지군이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게다가 이들 평화유지군은 무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평화를 지키고 유지하는 성격의 군대라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 만약에 군대가 파견된다면 이보다 좀 더 강한 군대가 유엔을 통해 파견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논의된 여러 방안들은 미국과 일부 유럽국가들의 '구상'일 뿐 실질적으로 결정이 됐다거나 레바논 정부에 공식적으로 전달된 사안은 아니다.

--이스라엘군이 철수하면 헤즈볼라의 존재 이유는 없어지는 건가

▲헤즈볼라의 목표는 첫째 슈브아땅을 해방시키고 둘째 레바논인 포로들을 석방하고 셋째 쉐바땅에 묻혀있는 지뢰의 좌표를 보여주는 '지뢰 지도'를 받는 것이다. 이 세가지 외에는 공헌할 게 별로 없다고 보지만 정당을 기반으로 국회에서 활동하고 장관을 2명이나 배출할 정도로 사회적 연대를 이룬 집단이다. 헤즈볼라를 단순한 무장세력으로만 이해하면 안된다. 헤즈볼라는 군대를 거느리고 있는 단체이지만 군사활동은 일부분이다.

이스라엘 건국이래 1945년 이스라엘-레바논 종전협정 후 적대적 행위를 금지했지만 지금까지 이스라엘은 매일 '소음벽(비행기가 고도를 옮길 때 발생하는 엄청난 소음)'을 의도적으로 매일 만들고 있다. 또 해안에는 이스라엘의 선박이 정찰을 하고 있다. 유엔 평화유지군이 매일 보고서를 작성하기 때문에 이들이 증언해줄 수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레바논이 대응하지 않는 이유는 물리적 충돌을 원치 않기 때문이고 또 대응할 힘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보리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다.

한국인들이 레바논에서 일어나는 일의 '진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이스라엘이 이러한 행위를 하고 있고 1만1천여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의 수용소에 갇혀있다.

--이스라엘측의 주장에 따르면 이 보안구역은 이스라엘을 헤즈볼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하는데

▲먼저 이 문제는 '테러'의 문제가 아니다. '테러'와 '저항운동'은 구분해야 하며 이스라엘이 설정한 보안구역은 자기네들이 점령한 레바논 땅 안에 있다. 이것은 분명히 잘못됐다. 자신들이 레바논 땅을 점령해놓고 이에 대해 '저항'하는 우리에게 '테러'라니 말이 안 된다. 이렇기 때문에 레바논내 저항세력이 생긴 것이다. 본인은 '테러'와 '국민적 저항'을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점령한 땅에서 '저항'은 합법적인 행동이다. '테러'는 이스라엘이 레바논 국가를 상대로 지금 저지르고 있는 행동이 테러다.

--교전 당사자는 헤즈볼라와 이스라엘군이라고 하지만 애꿎은 레바논 시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데

▲이번 교전의 발발 원인이 헤즈볼라라고 해도, 이스라엘은 헤즈볼라를 대상으로 전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레바논 국민을 상대로 하고 있기 때문에 반이스라엘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이다. 정부는 따라서 모든 인적 자원을 동원해서 난민들을 돕고 있다. 지금의 전쟁은 헤즈볼라가 아닌 레바논에 대한 전쟁이다.

인터뷰 중 한국인들의 관심에 고마움을 표한 라말 대사는 "한국이 냉전으로 인해 분단되었던 것처럼 현재의 중동사태도 냉전의 상흔으로부터 비롯됐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막상 대가는 평화를 사랑하는 유순한 사람들이 치르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심경을 표현했다.

현재 레바논의 75만 난민들은 많은 지원을 필요로 한다. 주한 레바논대사관은 외환은행의 '레바논 대사관 (601-000-250-862)'을 통해 현지 난민들에게 전달할 기금을 모으고 있다.

서동희 기자 dhsuh519@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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