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전투기들이 15일 하룻동안 지속적으로 레바논의 헤즈볼라 거점지역에 대한 공격을 계속한 가운데 베이루트 남부 외곽 중심부에서 이스라엘 공습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AP=연합뉴스)
레바논 전쟁이 수도 베이루트의 풍속도를 바꿔 놓고 있다. 우선 거리에 큰 변화가 나타났다.
운행차량이 전쟁 전에 비해 30% 이상 줄면서 만성 교통체증이 풀렸다. 이스라엘의 공습을 우려해 시민들이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하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피난길에 올랐기 때문이다.
거리에는 쓰레기가 많아지면서 악취가 풍기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의 공격이 장기화하면서 공공 부문의 청소 일에 종사하던 외국인 근로자들이 대거 탈출행렬에 동참했기 때문이다.
레바논에서는 주로 동ㆍ서남아 출신의 저임금 근로자들이 사회 하부 구조를 지탱해 왔다. 베이루트 시 당국은 자국민 실업자들을 긴급 고용해 쓰레기 수집체계를 정상화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운행하는 트럭이 눈에 띄게 줄었다.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의 무기운반 등을 막기 위해 트럭을 집중 공격하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일부 트럭은 이스라엘 군의 폭격을 피할 목적으로 내용물을 공중에서 내려다 볼 수 있도록 화물칸을 개방하고 다니고 있다. 한 소식통은 트럭운전 기피로 물류체계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시적인 현상이긴 하지만 남부의 시아파 거주지역은 공동화되고 있는 반면 기독교와 수니파 거주 지역에는 인구가 늘고 있다. 현지 소식통들은 헤즈볼라의 지지기반인 시아파 거주지역을 이스라엘이 집중적으로 타격하면서 베이루트의 지역별 인구밀도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공습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베이루트 아메리칸 대학 주변과 고급 호텔들이 밀집한 도심 지역의 공립학교들은 피난민으로 만원이 됐다.
생필품을 파는 가게들은 호황을 누리고 물가도 들썩이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될 것에 대비한 사재기 현상 때문이다. 호텔이나 해변의 휴양시설은 여름 휴가철 장사를 망쳤다고 울상이다.
해마다 6∼10월이면 개방된 음주문화 등 주변 이슬람 국가들에 비해 즐길거리가 많은 레바논에서 장기 여름 휴가를 보내기 위해 사우디 아라비아 등 걸프지역의 부자들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전쟁은 이들의 발길을 이집트 등 주변의 다른 나라로 돌려 놓았다.
전쟁특수를 노린 바가지 상혼은 못말리는 현상이다.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와 베이루트를 오가는 국경 택시 편도 요금이 전쟁 전의 100∼150달러에서 500달러 수준으로 치솟았다. 시내 택시 요금도 이스라엘의 공습이 있었던 지역을 거칠 때는 3∼4배를 더 내야 한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에 팔짱을 끼고 있는 미국에 대한 베이루트 시민들의 적대감이 깊어진 것도 변화 중의 하나다. 한 소식통은 이스라엘의 공격을 두둔하는 미국에 대한 혐오증이 확산하고 있다며 베이루트 내의 미국 관련 시설에 대한 보복공격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박세진 특파원 parksj@yna.co.kr (베이루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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