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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헤즈볼라, 총 놓고 빗자루 들다

등록 2006-08-17 19:10

16일 베이루트 남부에서 헤즈볼라 지지자들이 이스라엘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 잔해를 청소하고 있다.  피란길에 올랐던 수십만명의 레바논인들이 집으로 돌아오고 있는 가운데 폐허가 된 지역에서 헤즈볼라가 재건작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베이루트/AP 연합
16일 베이루트 남부에서 헤즈볼라 지지자들이 이스라엘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 잔해를 청소하고 있다. 피란길에 올랐던 수십만명의 레바논인들이 집으로 돌아오고 있는 가운데 폐허가 된 지역에서 헤즈볼라가 재건작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베이루트/AP 연합
남부 레바논 등 피해지역서 재건작업 주도
서구·반대파 “영향력 확산” 불편한 기색
레바논의 포성이 멎으면서 헤즈볼라의 무기가 바뀌었다. 총과 미사일 대신 삽과 빗자루, 현금가방이 새로운 ‘무기’다.

이스라엘의 집중공격을 받았던 남부 레바논과 베이루트 남부에선, 헤즈볼라 대원들이 몰려나와 재건작업을 주도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 등이 17일 보도했다. 산산히 부서진 집 앞에서 절망하는 피란민들 앞에는 어김없이 헤즈볼라 대원들이 나타나 피해상황을 조사하고 복구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남긴 불발탄 해체를 위해 무기전문가들도 파견했다.

14일 휴전 직후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방송 연설을 통해 1만5천여 이재민들에게 가재도구 구입비와 1년치 집세로 1만달러씩을 지원하겠다며 “재건활동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주민들 사이에 헤즈볼라 지지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복잡한 종파간 대립과 레바논내전(1975~1990)의 후유증으로 취약한 레바논 중앙정부는 아직 적극적인 재건작업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베이루트아메리칸대학의 아말 고라예브 교수(사회학)는 <뉴욕타임스>에 “헤즈볼라의 힘은 국가의 무능에서 비롯된 사회적 진공상태를 메우는 데서 온다. 헤즈볼라는 ‘국가안의 국가’가 아니라 ‘국가가 없는 상황 속의 국가’”라고 말했다. 헤즈볼라는 오랫동안 군사활동과 함께 의료·교육 지원 등 사회활동을 통해 지지층과 밀착해 왔다.

헤즈볼라 무장해제가 레바논의 정치 이슈로 떠올랐지만, 이스라엘에 대한 반감이 워낙 심하고 헤즈볼라의 정치적 영향력도 커진 상태에서 무장해제를 강요하면 레바논 사회를 내전 위험으로 몰아갈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분석했다. 서구 언론이나 레바논 내 헤즈볼라 반대파들은 헤즈볼라와 이란이 재건작업을 통해 영향력 확산을 노린다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는다. 레바논 의원 네흐메 토흐메는 <뉴욕타임스>에 “헤즈볼라 간부들은 전쟁이 끝나면 이란이 헤즈볼라에 재건비용을 무기한 대주기로 했다고 말해왔다”고 했다. 그러나, 레바논의 헤즈볼라 연구자들은 헤즈볼라가 이란으로부터 많은 지원금을 받지만, 자체 투자와 레바논 내 시아파 부유층의 기부금을 통해 상당한 자금을 축적해 왔다고 말한다.

헤즈볼라와 이란에 맞대응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등 미국의 동맹국들도 레바논 정부에 5억달러와 3억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30일엔 스웨덴이 주도하고 60여개국과 구호단체가 참여하는 레바논 재건지원 회의가 열린다.

포연이 가라앉으면서, 레바논이 입은 막대한 피해규모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3만5천여채의 집과 건물이 파괴됐고, 도로 650km, 다리 150여개가 무너졌다. 레바논 정부는 내전 때보다도 피해가 크다며 기반시설 파괴 피해만 25억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레바논 내전이 끝난 뒤 지난 15년 동안 500억달러를 들여 건설한 도로와 전력시설, 학교, 공항의 대부분이 이번 이스라엘 침공으로 파괴됐다고 <비비시>는 보도했다. 국내총생산(GDP)의 170%인 388억달러의 국가부채를 안고 있는 레바논엔 무리한 과제다. 무너진 집에 깔렸던 주검들이 발굴되면서 확인된 사망자도 1300명을 넘어섰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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