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 터전에 1만5천명 투입…‘무장해제’ 요구 없어
레바논 정부군이 17일부터 남부 국경지대에 배치되기 시작했다. 20여년 만에 처음이다.
레바논 정부는 16일 헤즈볼라 출신 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내각회의를 열어 정부군 1만5천명을 헤즈볼라가 장악해온 남부에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1970년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가 레바논 남부로 들어오자 이를 빌미로 1982년 레바논을 침공한 이스라엘군은 남부 레바논을 점령하다 2000년에야 철수했다. 이후엔 이스라엘에 저항했던 헤즈볼라가 레바논 남부를 장악했다.
푸아드 시니오라 레바논 총리는 “(레바논 남부) 군 배치는 국방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으며, 가지 아리디 공보장관도 “레바논 당국 외에 어떤 권력이나 무장단체도 이 지역에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에이피(AP)>통신이 보도했다. 그러나, 레바논 정부는 헤즈볼라에 무장해제를 요구하지 않았다. 이번 결정이 유엔 결의와 이스라엘의 요구대로 레바논 남부에서 헤즈볼라를 몰아내겠다는 의도인지는 모호하다고 <비비시>는 분석했다.
헤즈볼라 고위 관계자인 세이크 나빌 카우크는 “정규군 배치 결정을 환영한다”면서도 “헤즈볼라는 무장해제를 하거나 철수하지 않고 옛날처럼 지역사회로 들어가 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에이피>는 전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에 있던 군의 일부를 철수시키기 시작했으나, 증강된 유엔임시군(UNIFIL)이 레바논에 들어와야 모든 병력을 철수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이스라엘군의 완전 철수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한편, 현재 레바논 주둔 유엔임시군을 지휘하고 있는 프랑스는 증원되는 유엔임시군도 지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셸 알리오-마리 국방장관은 16일 프랑스 2TV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2월까지 지휘를 계속할 용의가 있다”면서 “(그러나) 유엔임시군의 권한과 충분한 재원 확보에 대한 명확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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