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한 협상 원하지만, 협상전 우라늄 농축 중단은 못해”
‘이란은 즉각 진지한 협상을 원하지만, 협상 전에 우라늄 농축을 중단할 순 없다.’
이란 정부가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이른바 ‘P5+1’)이 제시한 핵 협상안에 대해 이런 내용의 답신을 보낸 것으로 전해지면서, 제재를 서두르는 미국과 다른 국가들 사이에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이란 핵협상 대표인 알리 라리자니 국가안보최고위원회 의장은 22일 협상안 관련 6개국 외교관들을 불러 답변서를 공식 전달하고 “내일부터라도 진지한 협상을 할 뜻이 있다”고 말했다. 21쪽의 답변서 내용은 아직 분명히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유럽과 미국 외교관들은 〈뉴욕타임스〉 등에 이란이 핵뿐만 아니라 여러 이슈들에 대해 협상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서방 쪽의 핵심요구인 ‘우라늄 농축 중단’은 언급하지 않아 ‘거부’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한편으로, 답변서에는 ‘조건 없는 동등한 협상’이 진행되면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정부의 한 관계자는 〈워싱턴포스트〉에 “협상 전제조건으로 농축 중단을 강요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협상이 시작돼 요구가 수용되면 이른 시일 안에 농축을 중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란은 미국이 정권교체를 추진하지 않는 안전보장 등을 요구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런 ‘모호한 답변’을 둘러싸고, 안보리 안에서 신속한 제재를 요구하는 미국과 이에 반대하는 러시아, 중국의 노선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의 존 볼턴 유엔 주재 대사는 21일 “안보리가 제시한 조건(우라늄 농축 중단)이 충족되지 않으면 경제제재를 신속히 추진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23일(현지시각)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외교관들이 뉴욕에서 만나 이란의 답변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모임엔 러시아나 중국이 배제됐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 중 이란과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러시아와 중국이 제재에 반대하는데다, 최근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사태에서 미국·프랑스가 보인 태도에 분노한 안보리의 약소 회원국들이 중국과 러시아 편에 설 가능성이 커 미국이 ‘동맹 진영’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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