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남부에 불발탄 10만개
“민간인 생명 위협” 비난 여론
“민간인 생명 위협” 비난 여론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와의 정전을 불과 사흘 남겨두고 레바논 남부에 민간인 피해 가능성이 높은 집속탄을 집중적으로 쏟아부은 사실이 드러나, 국제적으로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30일 유엔 홈페이지를 통해, “유엔지뢰대책조정센터(UNMACC)가 8월14일 정전 직후부터 실시한 조사 결과 이스라엘의 집속탄 발사 중 90%가 정전 전 72시간 동안 집중됐으며, 집속탄 공격을 받은 레바논 남부 359곳에 불발 소형폭탄 10만여개가 남아있다”고 밝혔다.
집속탄은 하나의 탄두 안에 여러 개의 소형폭탄이 들어 있는 폭탄이다. 이스라엘이 사용한 집속탄 중에는 80개의 소형폭탄이 장착된 미국산 M42와 M47탄, 644개의 소형폭탄이 들어있는 이스라엘산 M85탄 등이 포함돼 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31일 전했다. 집속탄 폭발로 정전 뒤 지금까지 레바논인 13명이 숨졌으며 46명이 다쳤다.
얀 에옐란 인도주의업무조정국 책임자는 이날 뉴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스라엘의 집속탄 발사 중 90%가 이스라엘이 정전 전 72시간 동안 이뤄졌다는 것은 완전히 부도덕한 행위”라고 비난했다고 <유엔뉴스서비스>가 전했다. 그는 또 “레바논 남부에 (집속탄 외에도) 지뢰 등 다른 불발탄 2만여개가 남아있다”고 밝혔다.
유엔의 레바논내 지뢰제거 활동을 책임지고 있는 크리스 클라크는 이날 제네바에서 열린 재래식 무기에 대한 국제회의에 참석해, “(레바논은) 내가 이제까지 봤던 곳 중 가장 심하게 집속탄에 오염됐다”며 “집속탄은 레바논 남부 모든 곳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불발 집속탄으로 인한 최악의 위협을 제거하는 데는 6개월, 집속탄을 완전히 제거하는 데는 1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인디펜던트>가 보도했다.
이스라엘의 무분별한 집속탄 사용이 알려지자 국제적으로 집속탄 사용 금지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인권단체들은 집속탄의 공격 대상이 무차별적이므로 인구 밀집지역에서 이를 사용하는 것은 국제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집속탄의 높은 불발률은 민간인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뿌린 집속탄의 절반 정도가 불발된 채 남아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날 “전쟁 기간 동안 민간인을 대상으로 무기를 사용하지 않았으며, 국제법상 사용을 금한 무기는 사용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번주 초 미국 국무부는 이스라엘이 미국산 집속탄을 민간인 대상으로 사용했는지 조사에 나섰다고 <비비시(BBC)>가 보도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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