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가자지구 남부 라파 난민촌에서 열린 장례식에서 이스라엘 공습으로 숨진 하마스 대원 아프메드 아쇼르의 주검 앞에서 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라파(가자 지구)/AP 연합
‘지상최대 감옥’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이스라엘이 건국된 1948년 이후 최악의 상황이다. 가자는 감옥으로 변했다. 우린 여기 갇힌 채 빵과 밭에 남은 토마토, 오이만으로 견디려 애쓰고 있다.”
팔레스타인 가자시티의 시장이자 의사인 마게드 아부 라마단은 8일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경제봉쇄와 이스라엘의 폭격이라는 이중 굴레에 꽁꽁 묶인 가자지구 주민들의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이스라엘 석달째 공격·봉쇄로 전기·식수 마비
사람 집밖 출입금지…밭작물 버려진 채 썩어가 팔레스타인 독립국의 터전이던 가자가 죽어간다. 올해 초 이슬람주의 단체 하마스가 총선에서 승리해 정부를 구성하자, 미국·유럽은 이곳의 생명선인 경제원조를 모두 끊어버렸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이 이스라엘 병사 한 사람을 납치한 데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은 6월28일부터 ‘여름비 작전’이란 이름으로 석 달째 가자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363㎢의 좁은 땅에 130만명 인구가 북적대며 살아가는 가자는 외부세계의 무관심 속에서 지상최대의 감옥으로 변했다. 주요 수입원이던 카네이션과 딸기는 버려진 채 밭에서 썩어가고 있다. 이스라엘이 외부로 연결되는 통로를 모두 차단해 사람도 물건도 밖으로 나갈 수 없다. 이스라엘은 미사일 공격을 막을 안전지대를 만든다며 오렌지 농장의 70%를 파괴했다고 주민들은 말한다. 어부들이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나가는 것도 금지됐다. 공습으로 발전소가 파괴돼 전기공급도, 식수 공급도 거의 마비됐다. 주민의 3분의 2는 실업 상태이고, 나머지 3분의 1인 공무원들은 7개월째 월급을 받지 못했다. 이번주엔 급여를 못 받은 군인과 경찰, 보안요원들이 항의 시위에 나섰다.
하늘에선 공습이, 땅에서는 지상군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 6월말 이후 계속된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어린이 64명 등 260명 이상이 숨졌고 1200여명이 다쳤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최근 “이스라엘군은 가자 전역에서 미친 듯 날뛰고 있다. 다른 표현은 쓸 수 없다. 무차별적인 살인과 파괴, 폭격이 벌어지고 있다”고 썼다. 지난주 가자 북부 샤자예 마을에 진격한 이스라엘군은 닷새 동안 이곳을 점거하고 주민들이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으며, 22명을 살해했다고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마을 주민 바헤르 알투바는 이 신문에 “군인들은 우리 가족들을 한 방에 몰아넣고 나오지 못하게 했다. 어항에 있는 물을 먹으며 버텼다. 이웃 한 사람은 물을 구하러 나가다가 총에 맞아 죽었다”고 말했다. 38년 동안 이스라엘의 점령 치하에 있다가 1년 전 이스라엘의 정착촌 철수로 잠시 희망을 품었던 주민들은 더욱 악화된 재점령 상태에 빠졌다. 유엔은 이스라엘이 이미 전력시설 파괴로 18억달러의 손실을 입혔고, 주민 100만명 이상이 마실물조차 부족한 상태에 빠지게 됐다고 이스라엘을 비난했다. 분노는 증오와 복수심으로 변해간다. 목과 다리, 가슴과 배를 다친 채 병원에 누워 있는 아라 헤자이리는 지난주 샤자예에서 이스라엘 탱크를 겨냥해 대전차 지뢰를 묻다가 폭격을 당했다. 그는 “몸이 나으면 다시 이스라엘 저항공격에 나설 것이다. 죽는다면 순교자로 천국에 갈 것이다”라고 말한다. 절망밖에 남은 게 없는 많은 팔레스타인 젊은이들은 보잘 것 없는 무기를 든 채 이스라엘에 맞서다 죽어간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사람 집밖 출입금지…밭작물 버려진 채 썩어가 팔레스타인 독립국의 터전이던 가자가 죽어간다. 올해 초 이슬람주의 단체 하마스가 총선에서 승리해 정부를 구성하자, 미국·유럽은 이곳의 생명선인 경제원조를 모두 끊어버렸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이 이스라엘 병사 한 사람을 납치한 데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은 6월28일부터 ‘여름비 작전’이란 이름으로 석 달째 가자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363㎢의 좁은 땅에 130만명 인구가 북적대며 살아가는 가자는 외부세계의 무관심 속에서 지상최대의 감옥으로 변했다. 주요 수입원이던 카네이션과 딸기는 버려진 채 밭에서 썩어가고 있다. 이스라엘이 외부로 연결되는 통로를 모두 차단해 사람도 물건도 밖으로 나갈 수 없다. 이스라엘은 미사일 공격을 막을 안전지대를 만든다며 오렌지 농장의 70%를 파괴했다고 주민들은 말한다. 어부들이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나가는 것도 금지됐다. 공습으로 발전소가 파괴돼 전기공급도, 식수 공급도 거의 마비됐다. 주민의 3분의 2는 실업 상태이고, 나머지 3분의 1인 공무원들은 7개월째 월급을 받지 못했다. 이번주엔 급여를 못 받은 군인과 경찰, 보안요원들이 항의 시위에 나섰다.
하늘에선 공습이, 땅에서는 지상군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 6월말 이후 계속된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어린이 64명 등 260명 이상이 숨졌고 1200여명이 다쳤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최근 “이스라엘군은 가자 전역에서 미친 듯 날뛰고 있다. 다른 표현은 쓸 수 없다. 무차별적인 살인과 파괴, 폭격이 벌어지고 있다”고 썼다. 지난주 가자 북부 샤자예 마을에 진격한 이스라엘군은 닷새 동안 이곳을 점거하고 주민들이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으며, 22명을 살해했다고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마을 주민 바헤르 알투바는 이 신문에 “군인들은 우리 가족들을 한 방에 몰아넣고 나오지 못하게 했다. 어항에 있는 물을 먹으며 버텼다. 이웃 한 사람은 물을 구하러 나가다가 총에 맞아 죽었다”고 말했다. 38년 동안 이스라엘의 점령 치하에 있다가 1년 전 이스라엘의 정착촌 철수로 잠시 희망을 품었던 주민들은 더욱 악화된 재점령 상태에 빠졌다. 유엔은 이스라엘이 이미 전력시설 파괴로 18억달러의 손실을 입혔고, 주민 100만명 이상이 마실물조차 부족한 상태에 빠지게 됐다고 이스라엘을 비난했다. 분노는 증오와 복수심으로 변해간다. 목과 다리, 가슴과 배를 다친 채 병원에 누워 있는 아라 헤자이리는 지난주 샤자예에서 이스라엘 탱크를 겨냥해 대전차 지뢰를 묻다가 폭격을 당했다. 그는 “몸이 나으면 다시 이스라엘 저항공격에 나설 것이다. 죽는다면 순교자로 천국에 갈 것이다”라고 말한다. 절망밖에 남은 게 없는 많은 팔레스타인 젊은이들은 보잘 것 없는 무기를 든 채 이스라엘에 맞서다 죽어간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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