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 프랑스 상대 선전포고
알카에다가 90년대 알제리 내전에서 폭력적인 노선으로 악명 높았던 이슬람주의 무장단체인 ‘설교와전투살라피스트그룹’(GSPC)과 손잡고 미국, 프랑스와 싸우겠다고 발표했다.
살라피스트그룹 지도자인 압드 알말렉 드루드켈은 14일 “1년여의 논의 끝에 알카에다에 합류하게 되었음을 기쁘게 발표한다. 우리는 셰이크 오사마 빈라덴의 지도 아래 알제리에서 성전을 계속하겠다”는 성명을 조직 웹사이트에 발표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알카에다 2인자 아이만 알자와히리도 이번주 9·11 5주년을 맞아 발표한 비디오에서 알카에다와 살라피스트그룹의 동맹이 “미국과 프랑스의 십자군과 그 동맹들을 괴롭힐 것”이라고 밝혔다.
92년 알제리 군사정부가 이슬람주의 단체의 총선 승리를 무효화한 게 도화선이 돼 13년 동안 계속된 알제리 내전에서 살라피스트 그룹은 강력한 대정부 무장투쟁을 벌이면서 민간인까지 살해하는 폭력적 노선으로 유명했다. 알제리 내전에선 정부와 무장단체 양쪽의 폭력으로 15만명 이상이 숨졌다. 내전이 끝난 뒤 살라피스트 그룹의 세력은 많이 약화됐으나, 미국은 이들을 “알제리에 남아있는 최대 테러조직”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프랑스의 알제리 식민통치와 군부 정권 지원을 비판하며 강력한 반프랑스 노선을 가지고 있다. 이때문에 이번 제휴 소식에 프랑스 정부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니콜라스 사르코지 프랑스 내무장관은 14일 텔레비전에 출연해 “우리는 이 위협을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 극도로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선 레바논에 유엔임시군을 파병한 것이 이슬람주의 세력을 자극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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