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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잇단 발빼기 초라해진 연합군

등록 2006-11-14 07:33

미국 국무부가 내는 ‘이라크 주간현황 보고서’는, 1일 현재 미국을 제외하고 27개국이 1만7239명의 병력을 이라크에 주둔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민간기관인 글로벌시큐리티가 밝힌 23개국과 차이가 난다.

두 기관의 숫자 차이는 ‘파병국 기준이 뭐냐’는 논란과 연결된다. 미국 국무부 목록에는 7월 육상자위대를 철수한 일본이 끼어있다. 미국으로서는 항공자위대가 쿠웨이트에서 이라크전을 지원하니까 일본을 명단에서 빼지 않는다고 풀이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국무부 보고서에는 자이툰부대를 주둔시킨 한국을 ‘Korea’와 ‘South Korea’로 이중기재하고 있다. 단순 실수일 가능성이 크지만, 보기에 따라 파병국 수를 늘려잡으려는 욕심이 반영됐다는 의심도 살 만하다.

이라크 주둔 연합군에는 한 때 40여개국이 참가했다. 하지만 어느덧 글로벌시큐리티의 기준으로 현재 23개국으로 줄었다. 영국(7200명), 한국(2330명), 이탈리아(1780명), 오스트레일리아(1400명)를 제외한 나머지는 수백명 또는 수십명씩에 불과하다. 여기에 미 중간선거에서 ‘단계적 철군론’을 주장하는 민주당이 승리해 철군론이 힘을 얻으면서, 억지춘향으로 군대를 보낸 나라들의 철군 행렬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예고대로 이탈리아와 폴란드가 올해 말까지 군대를 빼면, ‘넘버2’인 영국말고 사실상 서유럽은 이번 전쟁에서 완전히 빠진다. 슬로바키아도 지난달 “이번 병력교체가 마지막”이라며 100여명 규모의 공병대를 6개월 안에 철수하겠다고 선언했다. 연합군은 갈수록 미국의 선심에 기대려는 동유럽 나라들의 깃발만 남을 가능성도 크다.

완전철군을 하지 않은 나라들의 병력규모나 임무도 갈수록 소극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전쟁이 한창일 때 4만5천명이던 영국군은 7천여명 수준으로 줄었다. 14만~15만명을 주둔시키고 있는 미군과 달리 파병국 대부분은 교전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올림픽 정신처럼 참가에만 ‘의의’를 두고 있다.

토니 블레어 총리가 ‘부시의 푸들’이라는 비난을 들으면서까지 군사 지원을 한 영국에서도 철군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선데이 타임스>는 영국군 전 병력이 내년 말까지 단계적으로 철수할 것이라고 12일 보도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지난달 여론조사에서 철군 요구가 60%를 웃돌았다. 그런데도 블레어 총리와 존 하워드 오스트레일리아 총리는 11일 전화통화를 통해 철군 일정을 못박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하워드 총리가 밝혔다.

잇따른 철군과 감군은 전망 부재와 인권유린에 대한 비판, ‘친미’ 정치인 몰락과 연관돼 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이탈리아와 스페인, 포르투갈에서 참전을 결정한 우파 정치인들이 몰락했다. 루마니아에서는 철군을 강력히 요구하던 국방장관이 최근 대통령과의 마찰 끝에 사임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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