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당파적 이라크정책 연구모임인 미국의 ‘이라크 연구그룹’ 멤버들이 13일 미국 워싱턴에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만난 뒤 백악관을 떠나고 있다. 왼쪽부터 네온 파네타 전 백악관 비서실장, 윌리엄 페리 전 국방부 장관, 에드윈 비즈 전스, 찰스 콥 전 상원의원, 신원불명, 산드라 데이 오코너 전 대법원 판사. 워싱턴/AP 연합
이라크 주변국과 대화론 대두
블레어·이라크연구그룹 제안
종교·군사 영향력 행사 유도
블레어·이라크연구그룹 제안
종교·군사 영향력 행사 유도
이란과 시리아는 북한·이라크와 함께 미국 정부가 ‘악의 축’으로 지목한 나라다. 바로 이 두 나라가 미국을 이라크 전쟁의 수렁에서 끌어내 줄 수 있는 ‘동아줄’로 떠오르고 있다.
우선 미국의 새 이라크 정책을 제시할 ‘이라크 연구그룹’이 두 나라와의 대화를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사주간 <타임>은 이 그룹이 단계 철군과 함께 “이란, 시리아 등과의 고위급 직접대화 같은 집중 외교에 나서도록 건의할 것”이라고 12일(현지시각) 전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도 13일 연례 외교정책 연설에서 “이란에 전략적 선택의 기회를 줘야 한다”며 “중동정책은 진화해야 되며, 새로운 파트너십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블레어 총리는 14일 이라크 연구그룹과 화상 면담에서도 시리아 및 이란과 대화에 나서도록 조지 부시 대통령을 설득할 계획이다.
“이라크 침공을 정당화할 때는 악마 취급을 당했던 이란과 시리아가, 이제는 궁지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영국과 미국이 도움을 청하는 나라로 바뀌었다.”(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이란과 시리아는 지렛대=이라크와 국경을 맞댄 두 나라는 주변국 이상의 위상을 지니고 있다. 이란은 이슬람 시아파의 종주국이다. 따라서 이란의 시아파 지도부를 움직이면, 현 이라크 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시아파를 지원할 수 있다. 반면 시리아는 집권 바트당이 수니파다. 시리아를 움직여, 이라크 후세인 대통령 지지세력인 바트당과 수니파 세력을 조정할 수 있다. 곧, 이란과 시리아를 지렛대로 삼으면, 이라크 정부와 저항세력에 모두 영향력을 행사하는 쌍끌이 작전을 펼 수 있다. 물론 이것보다 더욱 급한 것은 이라크 저항세력을 지원하는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두 나라로 하여금 전사 및 무기 공급을 중단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마드 무스타파 주미 시리아 대사는 “우리가 마술지팡이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와 마찬가지로 건설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직은 첩첩산중=미국이 이란, 시리아와 직접대화에 나설지, 실제로 두 나라와의 대화가 해법이 될지는 미지수다.
우선 부시 대통령이 이란과 직접대화를 꺼리고 있다. 그는 13일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와 만난 데 이어 이라크 연구그룹과도 만났지만, 이란과 시리아의 대화방안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란도 대화 조건으로 핵개발 허용, ‘악의 축’ 규정 철회, 경제 제재 해소 등을 내걸고 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14일 연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올바르게 행동한다면 우리는 대화에 나설 것”이라며 “많은 미국인들이 이란의 의견을 설명해달라는 요청을 해와 곧 그들에게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 회계연도(2007년 3월20일 종료) 안에 핵연료 프로그램을 완성할 것이라고 밝혔다.이에 대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고든 존드로 대변인은 이란이 중동에서 건설적 역할을 수행해야한다는 입장이라면서 미국의 태도변화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고 못박았다.
시리아는 대화에 앞서 라피크 하리리 레바논 총리 살해 혐의 해소, 이스라엘군의 골란 고원 철수, 무역협조 등을 원하고 있다.
유달승 한국외국어대 이란어과 교수는 “이란과 시리아의 개입이 자살폭탄 공격 등 극단적인 악순환은 끊을지 몰라도 한순간에 이라크 문제를 종식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