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의 아르메니아 학살을 비판했다가 살해된 터키 언론인 흐란트 딩크 사건의 범인이 체포됐다고 현지 <아나톨리아>통신을 인용해 <뉴욕타임스>가 21일 보도했다.
체포된 범인은 10대 청년으로 범죄를 자백했으며, 범죄 이유는 딩크의 터키 비판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으로 터키 안의 극우 민족주의와 표현의 자유 억압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현지 경찰은 트라브존 출신인 오귄 사마스트(17)가 범행 뒤 고향으로 가던 중 삼순 버스 정류장에서 체포됐으며, 범행 때 사용한 총을 소지한 상태였다고 밝혔다. 청년은 딩크가 아르메니아 역사에 대해 쓴 칼럼에서 “터키인 피는 더러운 피”라고 말해 그를 살해하기로 결심했으며, 자신의 범행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주간지 <아고스>의 편집장으로 아르메니아계인 딩크는 터키 전신인 오스만튀르크가 1915~1917년 아르메니아인 100만명 이상을 학살한 사건을 기사에서 거론해 2005년 국가모독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터키는 아르메니아인 학살 사건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사마스트가 단독 범행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 사건과 관련해 적어도 10명 이상이 체포된 상태라고 통신은 보도했다. 그가 민족주의 단체의 일원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정치권이 터키인들 사이에 증폭되는 극우 민족주의를 자제시키는 데 실패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터키는 최근 5월 대선과 11월 총선을 앞두고 민족주의가 득세하고 있다. 또 이 사건은 터키의 유럽연합 가입 추진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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