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식 사회주의 ‘자마히리야’ 30주년
무아마르 카다피의 38년 철권통치가 이어지고 있는 리비아에 개방 물결이 일고 있다.
2003년 대량살상무기(WMD) 포기 선언 뒤 경제제재가 풀리면서 외국계 석유회사들이 약 350억배럴의 석유가 매장된 것으로 알려진 리비아로 향하고 있다고 <비즈니스위크> 최신호가 보도했다. 리비아에서는 영어를 배우는 것도 금지돼 왔지만, 3년 전부터 수도 트리폴리에서는 영어와 컴퓨터 등을 가르치는 사설 기관도 탄생했다.
서방에 우호적인 카다피의 아들 사이프 알이슬람은 미국 하버드대 마이클 포터 교수 등과 친분을 맺고 경제건설에 대한 서방의 조언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잡지는 전했다. 또 정부 조직을 개혁하고자 조만간 공공부문 일자리 12만개를 감축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러한 변화는 35%에 이르는 실업률과 낙후된 사회기반 시설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이라고 잡지는 분석했다.
이 지역 관료들은 그러나 제재기간 동안 제대로 교육 받은 인재가 부족한 것이 리비아 발전의 큰 장애물이라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또 리비아인들은 모두가 가난하지만 기대가 적은 지금의 상황이 바뀌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현지 극작가인 나세레딘 알리는 “오늘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있고, 사람들은 무엇을 해야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리비아가 개방화 속에서 비교적 안정된 정치체제를 유지하는 데는 2일로 선포 30년을 맞은 이른바 ‘자마히리야’(인민권력) 제도가 한 몫을 하고 있다. 카다피는 1969년 부정부패가 심했던 왕정을 쿠데타로 무너뜨리고 집권에 성공한 뒤 이 제도를 통해 집권 기반을 구축했다. 자마히리야는 사회주의와 이슬람식 정치를 혼합한 직접민주주의 제도로, 각 지역별 인민회의에서 뽑힌 대표들이 총인민회의를 구성해 교육·보건·재정 등에 대한 결정을 내린다. 이 체제에 대한 비판론자들은 독재를 합리화하는 도구이며 경제를 황폐화시킨 원인이라고 주장한다.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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