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정책을 둘러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 주도 의회의 대립이 격화된 가운데,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부시 대통령의 비난을 무릅쓰고 시리아 대통령과 만나며 ‘실력 행사’에 나섰다.
이스라엘을 거쳐 시리아에 도착한 펠로시 하원의장은 4일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만나 이라크 문제 등을 놓고 의견을 나눴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펠로시 의장은 지난 4년간 시리아를 방문한 미국 인사들 중 최고위급이다.
그의 행동은 이란·시리아와 대화를 거부하는 부시 대통령에 대한 반발이면서, 민주당과 의회가 직접 중동 외교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시 대통령은 3일 기자회견에서 “알아사드 대통령한테 사절을 보내봤지만 성과가 없었다. (펠로시 의장의 방문은) 역효과만 낼 뿐”이라고 비난했다.
이라크전 전비법안을 둘러싼 갈등도 악화일로에 있다. 부시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내가) 서명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무책임한 법을 밀어붙였다”며, 철군시한과 연계된 전비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방침을 거듭 밝혔다.
이에 민주당은 거부권을 행사하면 아예 내년 3월31일 이후에는 전비예산을 모두 삭감한 새 법안을 내놓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부시 대통령은 왕이 아니라 대통령”이라며 입법부를 존중하라고 요구했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거부권 행사 포기 청원운동”을 주창했다. 지난달 상원은 내년 3월31일까지 이라크 미군의 전투작전 종료를 조건으로 단 1220억달러(114조2286억원)의 전비 법안을, 하원은 내년 8월31일을 철수 시한으로 정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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