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드족 분포지역
터키, 국경에 탱크 병력 증파
이라크, “좌시않겠다” 전쟁 위기
이라크, “좌시않겠다” 전쟁 위기
이라크 ‘내전’에 휩쓸리지 않고 비교적 평온한 상태를 유지해 온 이라크 북부 쿠르드 지역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터키 정부는 지난달 말부터 이라크 국경지대에 20여대의 탱크와 병력을 계속 증파해, 터키와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 사이의 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가디언>과 <에이피>(AP) 통신 등이 잇따라 보도했다. 야샤르 뷔위카니트 터키군 참모총장은 지난달 31일 “군은 (국경을 넘어 군사작전을 펼) 준비를 끝내고 명령만 기다리고 있다”고 최후통첩성 발언을 했다. 3일엔 터키군이 국경에서 15㎞ 떨어진 이라크 영토 하쿠르크 지역을 폭격했다고 <에이피>가 친쿠르드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사태가 악화되면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 수도 에르빌에 주둔 중인 한국군 자이툰부대 병력 1200여명의 안전도 위협받게 된다.
터키 정부는 지난달 22일 수도 앙카라에서 자살폭탄 테러로 6명이 숨진 사건을 빌미로 삼고 있다. 터키는 분리독립을 요구하며 무장투쟁을 벌여온 쿠르드노동자당(PKK)을 배후로 지목하고, 이들이 이라크 쿠르드자치지역에 근거지를 두고 있다며 곧바로 국경지역에 병력을 증파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눈에는 눈”으로 대응하겠다며, 국경을 넘어서라도 쿠르드노동자당을 소탕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여기에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 뒤 미국과 동맹관계를 이용해 독립국가처럼 행세하는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를 중심으로 쿠르드족 독립국가 수립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사태를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정서가 깔려 있다. 그러나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2일 쿠르드족 지도자들과 함께 “이라크 영토는 존중돼야 하고 우리 땅이 전쟁터가 되도록 놔둘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라크 안에서도 쿠르드족 독립 움직임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라크 새 헌법에 따라 올해 말 주민투표로 이라크 북부 최대 유전 도시인 키르쿠크와 모술 등을 쿠르드자치지역에 편입시킬지를 결정하게 돼 있어 쿠르드족과 아랍계의 갈등이 극심해지고 있다. 아랍계 주민들의 위협과 폭력으로 최근 모술에서만 쿠르드족 1천여명이 살해되고 7만명이 쫓겨났다고 <뉴욕타임스>가 1일 전했다. 지난달 9일엔 에르빌에서 쿠르드 정부청사를 겨냥한 차량폭탄테러로 15명이 죽고 100여명이 다쳤다. 이달 2일에는 쿠르드 자치지역의 주요 도시와 바그다드를 잇는 사트 다리가 폭탄 공격으로 파괴됐다.
미국도 ‘진퇴양난’이다. 터키와 쿠르드족은 중동에서 미국의 중요한 동맹이며, 이들이 충돌하면 중동 정세가 끝모를 혼란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지난주 이라크내 미군 기지의 F-16 전투기 2대가 터키 영공을 침범한 것에 대해 터키 언론들은 미국이 터키 정부의 쿠르드지역 침공 의지를 꺾기 위해 위협을 가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은 3일 기자회견을 열어 쿠르드족 반군에 대한 터키의 우려에 공감하지만 “이라크 국경을 넘어 전개되는 (터키의) 일방적인 군사 행동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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