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종파 분포
어제의 적 수니파 지원해 알카에다 소탕키로
아프간에서 사용했다 참패…‘종파갈등만 격화’ 우려
아프간에서 사용했다 참패…‘종파갈등만 격화’ 우려
지난 10일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고향인 이라크 북서부 티크리트에서 이라크 주둔 미군 지휘관들이 130여명의 수니파 부족 지도자들과 만났다. 회의가 끝난 뒤 미국은 수니파 지도자들이 알카에다에 맞서 투쟁하기로 하는 “역사적인 합의”를 이뤘다며 이들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비비시> <뉴욕타임스> <가디언> 등은 11일 미국이 후세인 독재체제를 뒷받침해온 수니파 부족과 무장세력에게 무기와 자금을 건네주면서 외국에서 들어온 알카에다에 맞서게 하는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을 활용하기 시작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달 들어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부는 지휘관들에게 각 지역 수니파 지도자들과 ‘알카에다에 맞서고 미국은 공격하지 않겠다’는 협정을 맺고 무기와 군사장비, 현금, 차량, 연료 등을 공급하도록 지시했다. 실제 이라크 저항공격의 근거지로 알려진 서부 안바르주 등에서는 미국의 지원을 받은 수니파 무장세력이 알카에다 조직원들에 맞서 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군은 ‘과거 알카에다에 협력했던 이라크 수니파들이 알카에다의 자살폭탄공격 등 과격한 전술에 반발해 이제 미국 편이 됐다’고 선전하고 있다.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한 미국은 수니파 바트당 세력을 몰아냈고, 하루 아침에 권력을 잃은 수니파들은 반미 저항공격의 핵심이 됐다. 미국은 이라크 인구의 10~15%인 소수 수니파가 60~65%를 차지하는 시아파를 지배해온 후세인 정권의 ‘약점’을 이용해, 이라크를 쉽게 점령한 뒤 시아파와 쿠르드족 중심의 친미 정권을 구성했다. 그러나 이라크 상황이 뜻대로 되지 않자 이번에는 다시 수니파를 이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의 이런 결정은 지금까지 150억달러를 투입해 35만명의 이라크군과 경찰을 훈련했지만 이라크 상황을 안정시키지 못한 초조감에서 나왔다.
그러나 이는 이라크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위험한 전략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디언>은 넘겨준 무기가 어떻게 쓰이는지 미국이 전혀 통제할 수 없어, 무기와 자금이 미군을 공격하는 데 쓰이거나 종파간 내전을 더욱 격화시킬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미국이 옛 소련의 아프간 침공에 맞선 이슬람 전사들을 무장시키는 등 과거 세계 곳곳에서 같은 전략을 사용했지만 참담한 결과가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전향한’ 무장세력을 이용하는 전략은 프랑스의 알제리 식민통치, 영국의 말레이시아 식민통치 등에서도 이용됐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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