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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팔 정파들 유혈충돌…내전격화

등록 2007-06-13 18:14수정 2007-06-14 01:36

파타-하마스, 서로 암살 납치…구호품 끊겨 식량위기
서방 양 정파 공동내각 인정않고 갈등조장
팔레스타인이 내전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양대 정파인 하마스와 파타 사이의 무력 충돌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12일 밤 하마스 소속 무장조직이 가자지구 북부에 있는 파타당 보안군 본부를 공격해 장악했다. 파타당을 이끌고 있는 마무드 압바스 자치정부 수반은 “하마스가 쿠데타를 기도하고 조국을 추악한 내전 속으로 몰고가고 있다”는 비난 성명을 냈다. 파타는 이날 싸움이 중단될 때까지 연립내각 참여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하마스의 이스마일 하니야 총리는 “시온주의자들(이스라엘)과 손잡은 세력이 무력으로 연립내각을 깨려 한다”며 파타에 책임을 돌렸다.

지난 3월 어렵게 출범한 자치정부 공동내각이 사실상 붕괴 위기에 처했다. 정치적 제휴가 무너지면, 각각 대규모 무장세력을 거느린 두 정파의 충돌이 더욱 악화되고 중동 평화에 더 짙은 암운을 드리우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알자지라> <인디펜던트> <비비시(BBC)> 등은 11~12일 양쪽의 충돌로 적어도 36명이 숨지고 70명 이상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가자지구에 있는 하니야 총리 자택과 압바스 수반의 관저가 12일 암살 기도로 보이는 박격포 공격을 받았다. 하마스 소속 사이디 타미미 교통차관은 이날 라말라의 자치정부 청사에서 괴한들한테 납치됐다. 압바스 수반의 경호대는 하마스가 운영하는 알아크사 방송국을 급습해 직원들을 체포했다. 사실상의 내전 양상이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감옥’으로 표현되는 가자지구는 더욱 절망적인 상황으로 변하고 있다. 가자 주민 아드난은 “12일 이른 아침부터 폭발과 총탄 소리가 들렸고 우리는 음식도 사러갈 수 없고, 창가에도 서 있을 수 없다. 아이들을 침실에 숨겼다”고 말했다. 미국·유럽·이스라엘의 경제제재와 국경 봉쇄로 이미 심각한 경제적 파탄을 겪어온 주민들의 3분의 1 이상이 유엔의 구호식량에 의지해 살고 있다. 그러나 교전이 격화되면서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는 12일 식량배급소와 진료소를 폐쇄했다.

이런 대립의 밑바탕에는 하마스와 파타의 내부 권력 다툼, 서방의 하마스와 대화 거부 등이 복잡하게 뒤얽혀 있다.

이스라엘의 점령에 저항하는 하마스가 지난해 1월 총선에서 승리하자 오랫동안 팔레스타인 정계를 장악해온 파타는 이에 승복하지 않고 있다. 하마스를 테러집단으로 규정한 미국과 유럽연합(EU), 이스라엘은 하마스 내각을 고립시켜 무너뜨리기 위해 철저한 봉쇄와 경제제재로 팔레스타인의 숨통을 조였다. 하마스는 지난 3월 파타와 공동내각을 구성해 난관을 돌파하려 했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은 공동내각을 인정하지 않고 제재도 풀지 않았다. 대신 파타의 무장조직을 지원하며 내전의 불씨를 더욱 키웠다. 지난달 퇴임한 알바로 데 소토 전 유엔 중동 특별조정관은 비밀보고서에서 “서방세계가 총선에서 승리한 하마스 주도의 내각을 거부한 것은 팔레스타인 주민에게 ‘파괴적’ 결과를 낳은 근시안적 행태였다”며 미국의 친이스라엘 정책이 중동평화 프로세스를 망치고 있다고 비난했다고 <가디언>이 13일 보도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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