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가자 대부분 장악
반 총장 밝혀
반 총장 밝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내전 위기가 높아가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다국적군을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반 총장은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15개 이사국 대사들과의 오찬모임에서 팔레스타인 양대 정파 하마스와 파타가 격렬한 무장 충돌을 벌이고 있는 가자지구에 다국적을 파견하는 방안이 논의됐다며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전했다. 반 총장은 분쟁의 한 당사자인 파타당 지도자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이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다국적군 파병안은 팔레스타인 의회 다수당인 이슬람주의 단체 하마스가 서방의 지원을 받는 파타 무장대원들을 몰아내고 가자지구 대부분을 사실상 장악해가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하마스는 14일 현재 격렬한 교전을 벌이면서 파타 무장대원들을 계속 밀어붙여 가자지구 대부분을 장악했고, 파타 무장대원들은 무기와 장비를 버리고 도망치거나 항복하고 있다고 <에이피> <로이터> 통신 등은 전했다. 12일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가자지구 북부의 파타 보안군 본부를 점령한 뒤 파타 산하 보안군들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아바스 수반의 한 보좌관은 지난 닷새 동안의 교전 끝에 “(파타가) 가자를 잃었다”고 말했다. 이집트와 국경지대인 라파에서는 파타 건물이 폭파됐으며, 최소 52명의 파타 대원들이 이집트로 도망쳤다고 <알자지라>가 보도했다.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무력으로 장악한다면 팔레스타인은 하마스가 통제하는 가자와 파타가 우세한 요르단강 서안으로 나눠져 독립국가 건설 계획도 더욱 어렵게 된다. 하마스를 테러집단으로 규정하고 있는 미국, 유럽, 이스라엘 등은 더욱 강력한 제재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라엘의 개입 가능성도 크다.
아바스 수반과 하마스 쪽의 이스마일 하니야 총리가 “교전을 끝내고 대화로 돌아가기로”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하마스 고위 지도자는 “전사들이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길이 40㎞, 너비 6~12㎞의 좁은 땅에서 난민 상태로 살아가는 가자지구 주민 140만명은 양쪽의 교전으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 13일 하루 동안 33명이 숨졌다고 <로이터>는 전했다.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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