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중동·아프리카

미, 팔레스타인서 ‘위험한 도박’

등록 2007-06-19 17:53수정 2007-06-19 21:46

이스라엘군 탱크가 18일 이스라엘과 가자지구를 연결하는 에레즈 검문소 부근을 지나고 있다. 이곳에선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인민저항위원회의 교전이 발생해 팔레스타인 민간인 1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에레즈/EPA 연합
이스라엘군 탱크가 18일 이스라엘과 가자지구를 연결하는 에레즈 검문소 부근을 지나고 있다. 이곳에선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인민저항위원회의 교전이 발생해 팔레스타인 민간인 1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에레즈/EPA 연합
‘파타 살리고, 하마스 죽이기’
친서방 파타 내각에 경제제재 해제…‘위기만 부채질’ 비판
미국과 이스라엘의 새로운 ‘팔레스타인 도박’이 시작됐다.

미국은 이슬람 무장단체 하마스를 배제하고 새로 들어선 팔레스타인 친서방 비상내각과 관계를 정상화하고, 15개월간 계속된 경제제재도 해제한다고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18일 발표했다. 라이스 장관은 새 비상내각에 “전면적 지원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양대 정파인 파타와 하마스의 내분으로 두 정부가 대립하는 가운데, 친서방 파타 정부에 전적으로 힘을 실어주겠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동결된 미국의 원조자금 8600만달러가 곧 풀릴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지난해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하마스에 압승을 안겨주자 모든 원조와 경제·외교관계를 끊었다. 유럽연합(EU)도 이날 경제지원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동결된 원조금은 5억2200만달러다.

원조의 거의 전부는 파타 정부가 장악한 요르단강 서안 지역으로 흘러들어갈 전망이다. 세계 최대 감옥으로 불리는 가자지구의 열악한 상황은 오히려 서방의 봉쇄·제재 강화로 더욱 참혹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국제위기그룹(ICS)의 중동 분석가인 무인 라바니는 <로이터> 통신에 “가자는 더 심한 봉쇄를 당하게 될 것이다. ‘국제사회’는 이제 가자를 지옥으로 만들고 서안을 도와 ‘너희들이 우리가 원하는 지도자를 뽑아야 얻을 게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유럽, 이스라엘의 이런 움직임은 가자지구를 장악한 하마스를 고립·압박해 몰락시키고, 서안의 친서방 비상내각에 힘을 실어줘 이들과 이스라엘의 평화협정을 이끌어내겠다는 구상에 따른 것이다. 하마스 고립작전은 하마스를 지원하는 이란에 타격을 주려는 미국의 큰 중동정책과도 연결된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는 19일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이 새 정책에 대해 논의했다.

그러나 파타를 살리고, 서방을 거역하는 하마스의 숨통을 죄어 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이런 도박에는 많은 함정이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8일 “서방이 팔레스타인 내분에서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편드는 지나친 개입을 자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신문은 서방이 ‘민주적 총선’을 지지한다면서도 정작 지난해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하마스가 승리하자 원조를 중단하고, 이제 (정당성이 미심쩍은) 국가수반의 명령으로 설립된 비상내각에는 원조를 재개하는 태도는 “위선적”이라고 꼬집었다. 신문은 또 하마스 지지자들은 고립시킬수록 더 급진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고, 평화의 가능성은 점점 희미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실적으로 ‘서안(온건파) 우선 정책’이 성공하려면, 먼저 팔레스타인인들의 숙원인 이스라엘 정착촌 해제, 팔레스타인인들의 자유로운 이동,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된 많은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가 이스라엘을 압박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할 가능성은 적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