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살만 루슈디
영국, 기사 작위 수여방침에
이란 파키스탄 대사 소환 등 강력반발
이란 파키스탄 대사 소환 등 강력반발
이슬람 예언자를 모욕했다는 이유로 이슬람권의 ‘공적1호’가 된 작가 살만 루슈디(60·사진)가 또 다시 영국과 이슬람 국가들 사이의 ‘외교 분쟁’을 일으키고 있다.
영국 버킹엄궁이 지난 16일 루슈디의 문학적 공적을 기려 기사 작위를 주기로 했다고 발표한 뒤, 이란과 파키스탄이 자국 주재 영국대사를 소환하는 등 강하게 항의하고 나섰다. 이란 외교부는 19일 제프리 애덤스 영국대사를 불러 “모욕적이고 의심스러운 이런 행동은 15억 무슬림들의 감정에 심각한 상처를 입히는 이슬람 혐오”라고 강하게 항의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전했다. 파키스탄 외교부도 이날 로버트 브링클리 영국대사를 소환해 “영국 정부의 사려깊지 않은 결정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파키스탄 의회는 전날 기사작위 수여를 취소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를 통과시켰다. 동부 라호르에서는 시위대가 루슈디와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의 형상을 불태우며 시위를 벌였다.
인도 뭄바이의 부유한 무슬림 가문 출신인 루슈디는 1988년 4번째 작품인 <악마의 시>로 이슬람권에 분노의 불을 붙였다. 비행기 추락에서 살아 남은 두 남자가 신과 악마로 변해 선과 악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이 작품에서 이슬람 예언자인 무함마드(마호메트)는 ‘예언자가 된 장사꾼’, 그의 아내는 성매매여성으로 묘사된다. 당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툴라 호메이니는 루슈디를 죽이라는 파트와(종교칙령)를 내려, 그는 미국, 영국 경찰의 보호 속에 10년 넘게 은둔 생활을 했다. 그동안 이슬람권의 반 루슈디 시위, 각국 출판사와 번역자들에 대한 테러로 수십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란은 1998년 이 파트와를 “더이상 지지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최근 루슈디는 24살의 인도 여배우와 4번째로 결혼하고 지난해 무함마드 만평에 대한 이슬람권의 시위가 벌어지자 “이슬람 전체주의”를 비난하기도 했다. 기사작위 수여식은 21일 열릴 예정이며, 루슈디는 “큰 영광이며 무척 감사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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