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의회 상정에 쿠르드 “법안 본적 없다” 반발
이라크에서 생산되는 석유수입을 지역·종파별로 분배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이라크석유법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했다.
쿠르드자치정부는 4일 “의회에 상정됐다는 석유법안을 본 적도 승인한 적도 없다”며 “헌법에 보장된 쿠르드족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는 이 법안을 내각이 승인하지 않기 바란다”고 밝혔다고 <알자지라> 등이 보도했다. 앞서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가 “석유법안이 내각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돼 의회에 상정됐다”고 발표한 데 대해 쿠르드자치정부가 정면으로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수니파 최대 정파인 이라크화합전선(IAF)과 반미 성향의 시아파 성직자 무크타다 알사드르 쪽 장관들도 3일 내각 투표에서 빠져 장관 37명 가운데 24명만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니파와 쿠르드족 정당들은 특히 총리가 새 석유법안을 보여주지도 않고 있다며 비난하고 있다. 반발이 커지면서 4일부터 의회 심의를 시작하려던 총리의 계획도 어그러졌다. 모하메드 아부 바크르 의회 언론담당관은 <로이터> 통신에 “의회에 상정해 심의하려면 우선 7일 정도는 에너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라크 석유법은 지난 2월 처음 내각의 승인을 받았으나 쿠르드와 수니파의 반발로 계속 표류하고 있다. 당시 초안은 △이라크 경제의 생명선인 석유 수입을 18개주에 인구 비율에 따라 나눠주도록 하고 △석유 개발에 외국자본 진출을 막아온 기존 법을 완전히 바꿔 외국 업체에 최장 30여년간 채굴권 부여하고 투자비를 회수할 때까지 이익의 75%를 가져가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다. 이 초안 작성에는 미국 정부가 고용한 컨설팅 회사 베어링포인트와 석유 메이저 등이 참여했으며, 미국 정부는 올해 초부터 이라크 정부에 석유법을 조속히 통과시키라고 압박하고 있다. 원유가 풍부한 북부 지역을 장악한 쿠르드 자치정부는 자신들이 이 지역 석유개발 주도권을 쥐려 하고, 특히 기존에 외국기업들과 맺은 계약이 무효화되는 조항에 강하게 반발한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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