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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이라크 ‘특권층’ 의사까지도 테러 나서게 한 ‘분노’

등록 2007-07-06 19:13수정 2007-07-06 19:27

<b>소탕작전에서 체포된 알카에다 용의자들</b>
미군과 이라크군의 알카에다 소탕작전에서 체포된 알카에다 용의자들이 5일 눈이 가려진 채 바쿠바의 이라크군 기지에 앉아 있다. 이라크 현실에 분노한 세계 곳곳의 젊은이들이 이라크 저항세력에 합류하고 있으며, 이라크가 ‘테러리스트 훈련소’로 변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바그다드/AP 연합
소탕작전에서 체포된 알카에다 용의자들 미군과 이라크군의 알카에다 소탕작전에서 체포된 알카에다 용의자들이 5일 눈이 가려진 채 바쿠바의 이라크군 기지에 앉아 있다. 이라크 현실에 분노한 세계 곳곳의 젊은이들이 이라크 저항세력에 합류하고 있으며, 이라크가 ‘테러리스트 훈련소’로 변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바그다드/AP 연합
미군 점령 참상에 자발적 동참…이슬람주의 확산
빌랄 압둘라(27)는 누가 봐도 이라크의 ‘특권층’ 젊은이였다.

그는 존경받는 저명한 의사인 아버지가 근무하던 영국 버킹엄셔의 에일즈베리에서 태어나 바그다드에서 자랐다. 신앙심 깊고 때로 율법에 집착하기는 했지만 수영과 하이킹, 회원제 사교클럽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세련된 옷차림의 지적인 젊은이였다. 2003년 바그다그 대학 의대를 졸업하고 이듬해 영국에 왔다. 그는 친척들이 살고 있는 케임브리지와 글래스고의 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봤다고 <뉴욕타임스>와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레바논 출신 동료의사 칼리드 아흐메드와 함께 차량에 불을 붙여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공항으로 돌진했다가 현장에서 붙잡혔다. 이 사건은 자살폭탄 공격 시도로 드러나고 있다.

압둘라의 지인들은 이라크의 현실이 그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고 말했다. 케임브리지의 바크르 자미아 모스크에서 압둘라를 오랫동안 알았던 히참 크와에데르는 그가 “이라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분노하면서, 이라크에 남아 있는 부모와 친구, 가족들에 대해 대해 걱정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친했던 친구는 종파간 분쟁에 휘말려 살해됐다.

그는 이라크의 알카에다가 인질들을 참수하는 디브이디(DVD)를 보기 시작했고, 업무시간에 이슬람급진주의 웹사이트에 접속하고 있다가 주의를 받기도 했다. 그와 오랫동안 알고 지낸 시라즈 마헤르는 <비비시>(BBC) 방송에 “그는 이라크 저항세력을 지지하면서, 영국과 미국군이 살해되는 데 환호했다”고 말했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이라크의 참상이 국경과 계급을 넘어 세계 곳곳의 무슬림들을 어떻게 바꿔 놓고 있는지가 다시 확인되고 있다. <가디언>은 영국 수사당국이 용의자들을 심문한 결과 이라크 알카에다가 미친 영향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이 직접 이라크 알카에다의 지령과 지시를 받아 움직였다는 증거는 없으나, 서구의 정책을 비난하는 알카에다의 구호에 동의해 자발적으로 움직였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5일 사설에서 “9·11 동시테러 이후 유럽과 미국이 테러 소탕작전을 벌이고 정교한 제도를 만들며 정보수집을 강화하고 있지만, 군사적 이슬람주의는 전혀 약해지지 않고 새로운 지역들로 계속 확산되고 있다”며 “이라크전이 분명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오사마 빈라덴이 살아있든 이미 죽었든 중요하지 않으며, 이라크 저항의 명분에 공감해 테러에 동참하려는 이들이 모여들고 이라크가 테러 훈련장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아프가니스탄에서 소련에 맞서 싸우도록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지원해 성장한 알카에다의 ‘기지’가 이라크로 옮겨 갔으며, 이라크의 점령 현실을 바꾸지 않고는 어떤 전쟁과 소탕작전으로도 군사적 이슬람주의의 확산 현상을 해소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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