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가 지난 3월13일 네바다주 크리치 공군기지에서 공개한 무인공격기 엠큐-9 리퍼(저승사자란 뜻). 리퍼는 프레데터같은 무인정찰기와 달리 처음부터 전투용으로 개발됐다. 네바다/AP 연합
공중 정찰병력 늘리더니 첨단 공격기 리퍼 곧 배치
철군론 거세지자 지상군 감축 대비 포석인듯
철군론 거세지자 지상군 감축 대비 포석인듯
미국 공군이 이라크에 최첨단 무인공격기 ‘리퍼’를 배치할 채비를 갖추는 등 공중 작전능력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이는 미군의 점진적 감축을 권고한 ‘이라크연구그룹(ISG) 보고서’의 법제화 움직임 등 철군론이 강해지는 상황과 연계됐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 공군력 강화 배경은? =미 공군 제432 비행단은 ‘헌터-킬러’로도 불리는 최신형 무인항공기(UAV) ‘MQ-9 리퍼’를 아프가니스탄에 먼저 배치한 뒤 올 가을이나 내년 봄쯤 이라크에 배치할 계획이라고 <에이피>(AP) 통신이 15일 보도했다. 리퍼는 이라크 전장에서 1만3천㎞ 떨어진 미국 네바다주의 작전기지에서 컴퓨터로 조정된다.
제너럴 아토믹스 항공시스템이 제작한 리퍼는 현재 이라크에 20여대가 배치돼 있는 MQ-1 프레데터보다 훨씬 강력한 공격 기능을 갖췄다. 무게는 약 5t으로 프레데터보다 4배 무겁고, 속도와 비행고도도 2배다. 약 1.5t의 유도 폭탄, 14기의 공대지 미사일 등 훨씬 많은 무기를 장착할 수 있다.
최근 미 공군은 은밀하게 이라크내 공군력을 강화해왔다. <에이피>는 미군이 올 상반기 지난해에 비해 공중 정찰 병력을 2배로 늘렸고, 공군과 해군 전투기들의 폭격은 437회로 지난해 상반기 86회의 다섯배로 급증했다고 전했다.
이는 우선 올들어 3만명이 증강된 이라크 미 지상군의 작전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지만 장기적으로는 미 지상군이 대폭 감축되더라도 공군은 계속 남아 이라크군을 지원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복안이 깔려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게리 노스 미 공군 중장은 “이라크군이 충분한 공군력을 갖췄다고 판단할 때까지, 연합군이 이곳에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라크군은 공중 전투 능력이 전무하다.
■ 사우디, 이라크 혼란 진원지? =이라크 미군 철수를 둘러싼 의회와 조지 부시 대통령의 줄다리기가 가열되는 가운데, 초당적으로 마련된 이라크연구보고서의 내용을 아예 법제화하자는 법안이 미 상원에 상정돼 의원들의 지지를 모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5일 전했다. 법안 상정은 라마르 알렉산더(공화·테네시)와 켄 샐레이저(민주·콜로라도) 상원의원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나온 이 보고서는 내년 3월까지 미군 전투병력을 철군시키고, 이란 등 주변국과의 외교로 상황을 안정시키라고 권고했으나, 부시 대통령은 무시했다.
한편, 이란과 시리아가 이라크 혼란의 주범이라고 비난해온 미국의 주장과 달리 이라크내 외국인 무장세력과 자살폭탄 테러범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미국의 대표적 동맹인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이라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15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군 고위 관계자와 이라크 의원들의 증언을 근거로 이라크내 미군 수용시설에 수감된 외국 저항세력의 45%가 사우디 출신이며, 시리아와 레바논 출신 15%, 북아프리카 출신 10% 등이라고 전했다. 일부 이라크 정치인들은 사우디가 자국내 골칫거리인 극단주의 세력들이 이라크로 넘어가는 것을 용인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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