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무장단체에 피랍된 봉사단의 가족들이 22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한 식당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중 이주연씨의 어머니(가운데)가 애타는 심정을 밝히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성남/김진수 기자 jsk@hani.co.kr
피랍자 가족 샘물교회 ‘눈물의 기도’
피랍 사흘째를 맞은 22일 경기 성남시 분당 샘물교회와 서울 서초구 한민족복지재단에는 침통함과 안도의 한숨이 감돌았다. 납치세력인 탈레반이 이날 오후 11시 30분까지 협상시한을 연장한다고 21일 발표한 데 이어 협상시한이 다가오자 또다시 24시간 연장했기 때문이다. 협상시한의 재차 연장 소식에 피랍자 가족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주일인 이날 샘물교회에는 아침부터 교회신도들이 침통한 모습 속에 교회로 모여들었다. 이 교회 이주헌 목사가 오전 예배를 이끌자 곳곳에서 신도들이 기도를 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피랍자 가족 대표 5명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는 피랍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그쪽의 요구조건을 다 들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오전 베이징 주재 <알자지라방송> 취재진이 샘물교회를 찾아 취재에 나섰다. 이들과 만난 이주연씨 어머니는 “자식을 가진 부모의 입장에서 우리의 마음을 이해해 달라. 자식들을 보내줄 경우 탈레반의 세계적 위상이 높아질 수 있다”며 석방을 호소했다.
피랍자 가족들은 오후 10시 30분께 한민족복지재단으로 옮겼다. 협상시한 재연장 소식에 피랍된 이정란씨의 동생 이정훈(29·남)씨는 “모든 유족들이 석방을 바랐지만 협상시한 연장 소식에도 가족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며 “정부 협상을 신뢰하며 계속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샘물교회에서 봉사활동을 갔다 피랍된 신도들은 대부분 20~30대 미혼의 의대생, 간호사, 학원 영어강사 등으로 의료 및 교육 활동이 주 목적이었다.
이 교회 부목사를 겸하고 있고 청년부를 이끄는 배형규(42) 목사는 청년회 신도 300여명의 기도제목을 일일이 챙겨줄 정도로 자상했다고 한다. 이번 선교에서 의료사역의 핵심역할을 담당한 서명화(29)씨는 이 교회 전도사 이성현(33)씨와 지난해 말 결혼한 새내기 주부다. 분당서울대병원 간호사인 서씨는 남동생 경석(27)씨와 이번 해외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경석씨는 미용 일을 한 적이 있어 미용봉사에 나섰다. 역시 간호사인 이주연(27)씨는 귀국하면 미국 간호사 시험을 위해 일본으로 출국할 예정이었다.
제창희(38) 한지영(34) 유정화(39)씨는 학원 영어강사들로 여름휴가를 내고 아프간 봉사단의 영어 통역을 위해 참가했다. 이밖에도 방송관련 사역 전담인 김지나(32)씨, 성경공부 소모임 리더인 이선영(37)씨도 포함됐다.
이들은 출국 전 인터넷에 해외 선교 봉사활동에 대한 기대와 희망의 글을 남겼다. 김지나씨는 “전혀 낯선 그곳에서 저에게 말씀하시는 하나님을 만나도록”이라는 글을 출발 직전 미니홈피에 남겼다. 성남/홍용덕 기자, 김남일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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