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문서작업 이미 진행”…‘대체파병’ 결정에도 영향
올해 말로 예정된 아프가니스탄 주둔 동의·다산부대의 철군이 한국인 납치사건을 계기로 구체화하고 있다. 조기철군까지는 아니나, 철군일정의 조기확정이다. 또 동의·다산부대 철군 뒤 미국이 요구하는 대체파병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국방부는 철군을 위한 문서작업을 이미 진행 중이라고 22일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보고에서 밝혔다. 김성곤 국방위원장은 현안보고 뒤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는 지난해 말 이미 동의·다산부대를 올해 말까지 철군하기로 동의한 바 있다”며 “통상 철군에 필요한 시간이 5~6개월 가량이므로 사실상 다음달부터 철군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런 조건은 탈레반의 요구와 크게 상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런 점을 들어 기존 계획대로 연말까지 두 부대를 철수한다는 방침이 정치권과 시민사회 일부에 주장하는 조기철군론과 사실상 내용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설명한다. 송민순 외교부 장관은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안보관계장관회의 뒤 브리핑을 통해 “2007년 말이면 몇달 남지 않았다”며 “철군이 바로 짐을 싸서 올 수 있는 게 아니며 부대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것인 만큼, 그 계획에 따라 이행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국방위원장도 ‘정부 차원에서 조기철군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며 “철군하기로 한 게 중요하지, 시기 자체는 큰 의미가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번 납치 사태는 최근 미국의 잇따른 ‘대체 파병’ 요청에 대한 정부 결정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달 2일과 8일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과 리처드 롤리스 당시 국방부 아·태담당 부차관이 잇따라 ‘동의·다산부대의 철수 뒤에도 아프가니스탄 재건에 한국군이 지속적으로 기여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정부는 민간 주도 지방재건팀(PRT) 파견 확대 등을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이 경우 일부 경비병력 파병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사태로 동의·다산부대의 철군 일정이 조기에 확정된 만큼 미국이 요구하는 ‘대체 파병’을 수용하기에는 국내 여론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철군시한 결정이 9월께로 미뤄진 이라크 자이툰부대의 연내 철군을 요구하는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주장도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국방부 당국자는 “지금 분명한 건 동의·다산부대를 연내 철군한다는 것뿐이며, 다른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자칫 테러단체에 악용될 소지가 있는 등 부적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동의·다산부대는 각각 2002년 2월과 2003년 2월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돼 의료지원과 건설지원 활동을 수행하는 비전투 부대다. 현재 동의부대 60여명, 다산부대 150여명이 바그람의 다국적군 기지에 주둔하고 있다. 동의부대는 병원 개원 이래 최근까지 24만여명의 환자를 진료했고, 다산부대는 기지 안 비행장 활주로 보수공사와 부대 방호시설 공사, 주변 도로 보수·확장 공사 등 330여건의 공사를 수행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