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상부, 국방부, 국가정보원 등 안보 관련 부처 장관들이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 대책을 논의하려고 마련한 긴급 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 김만복 국정원장(왼쪽 끝)이 이야기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한국정부 외교력 시험대
“한국정부 적극적 협상 자세로 진전”
‘맞교환 석방’ 국제사회 협조가 관건
철군 선교금지 문제는 다소 숨통 트여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 23명을 납치한 탈레반은 인질 석방 협상 시한을 애초 제시한 22일 밤 11시30분에서 24시간 연장했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밤 늦게 “여러 경로로 무장단체와 접촉하고 있고, 구체적 협상으로 들어가는 초기단계”라며 “상대방과 우리 견해가 서로 교감을 이뤄가는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펼치고 있는 전방위 외교전이 협상시한 연장이란 형태로 일부 진전이 있다는 뜻이다. 이슬람권 방송 <알자지라> 는 탈레반의 협상 시한 연장에 대해 “한국 정부가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는 등 협상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방송의 보도처럼 정부는 아프간 정부는 물론 납치 세력과도 여러 창구로 접촉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21~22일 이틀 동안 장관급 안보정책조정회의를 모두 네 차례나 여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노무현 대통령이 21일 <시엔엔>(CNN) 등을 통해 전세계에 생중계된 긴급 담화에서 “조속한 석방을 위해 관련된 사람들과 성의를 다해서 노력할 준비가 돼 있다”며, 직접 메시지를 밝힌 것도 정부의 외교 노력의 강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협상 중개에 나선 아프간 정부=정부는 우선 아프간 정부의 협력을 이끌어내는데 힘을 쏟고 있다. 납치 세력이 요구하는 인질과 탈레반 수감자의 ‘맞교환’이 이뤄지려면 아프간 정부가 움직여야만 한다. 조중표 외교통상부 제1차관 등 정부 대표단이 이날 오후 현지 도착 직후 아프간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연쇄 협의에 들어간 핵심 이유다. 아프간 정부도 협상대표단을 꾸려 한국인이 납치된 가즈니주 카라바그 지역의 부족 원로와 종교지도자들을 접촉해 탈레반과 간접적으로 협상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23명에 이르는 피랍자 규모도 변수다. 그만큼 납치세력의 요구 수준이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알자지라>는 탈레반이 “시한을 연장해 한국 정부가 아프간 정부를 더 압박해 자신의 목표인 탈레반 재소자 석방을 성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 대통령은 21일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에게 전화해 조속한 해결을 위한 아프간 정부의 협조를 요청했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한국의 정부와 민간이 아프간 재건에 노력해 왔고,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경제 지원을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국제사회와 공조=지난 3월 납치된 이탈리아 언론인 다니엘레 마스트로자코모가 탈레반 수감자 5명의 석방과 함께 무사히 풀려났다. 이는 피랍 한국인들의 무사 귀환 교섭에 힘이 되기도 하지만, 부정적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탈리아 사례’ 이후 ‘극단주의자의 승리’라거나 ‘석방→납치 확산’의 악순환에 빠져들 것이라는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높았기 때문이다. 당시 카르자이 대통령은 ‘단 한번뿐인 거래’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정부 당국자가 “아프간 정부는 물론 우방국 및 유엔 등과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확보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송민순 외교부 장관은 이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해 주요국 외무장관과 연쇄 전화협의를 벌였다. 반 사무총장은 “유엔 차원의 가능한 모든 협조 제공”을 약속했다고 정부 당국자가 전했다. 합동참모본부도 아프간 주둔 미군의 연합합동군사령부(CJTF-82),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이끄는 국제안보지원군(ISAF)과 정보 수집 네트워크를 공유하며 협조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납치세력과는 심리전=외국 언론들이 전하는 납치세력의 요구사항은 △수감된 탈레반 요원과 한국인 피랍자의 맞교환 △동의·다산부대의 철수 △한국인들의 현지 선교 금지 △금전 요구 등 다양하다. 하지만 정부는 납치세력이 유력 외국 언론들을 활용해 ‘고도의 심리전’을 펼치고 있다고 보고, 이와 관련한 판단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한편으로 정부는 탈레반 쪽의 명분을 줄이는 조처도 취하고 있다. 그들이 요구한 한국군 철수에 대해서는 연말 이전 철군 계획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선교 금지’와 관련해선 이미 주한 아프간 대사관에 한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 중단을 요청했고 여행금지 조처도 취했다. 현지 한국인 철수도 강력히 권유하고 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맞교환 석방’ 국제사회 협조가 관건
철군 선교금지 문제는 다소 숨통 트여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 23명을 납치한 탈레반은 인질 석방 협상 시한을 애초 제시한 22일 밤 11시30분에서 24시간 연장했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밤 늦게 “여러 경로로 무장단체와 접촉하고 있고, 구체적 협상으로 들어가는 초기단계”라며 “상대방과 우리 견해가 서로 교감을 이뤄가는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펼치고 있는 전방위 외교전이 협상시한 연장이란 형태로 일부 진전이 있다는 뜻이다. 이슬람권 방송 <알자지라> 는 탈레반의 협상 시한 연장에 대해 “한국 정부가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는 등 협상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방송의 보도처럼 정부는 아프간 정부는 물론 납치 세력과도 여러 창구로 접촉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21~22일 이틀 동안 장관급 안보정책조정회의를 모두 네 차례나 여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노무현 대통령이 21일 <시엔엔>(CNN) 등을 통해 전세계에 생중계된 긴급 담화에서 “조속한 석방을 위해 관련된 사람들과 성의를 다해서 노력할 준비가 돼 있다”며, 직접 메시지를 밝힌 것도 정부의 외교 노력의 강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협상 중개에 나선 아프간 정부=정부는 우선 아프간 정부의 협력을 이끌어내는데 힘을 쏟고 있다. 납치 세력이 요구하는 인질과 탈레반 수감자의 ‘맞교환’이 이뤄지려면 아프간 정부가 움직여야만 한다. 조중표 외교통상부 제1차관 등 정부 대표단이 이날 오후 현지 도착 직후 아프간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연쇄 협의에 들어간 핵심 이유다. 아프간 정부도 협상대표단을 꾸려 한국인이 납치된 가즈니주 카라바그 지역의 부족 원로와 종교지도자들을 접촉해 탈레반과 간접적으로 협상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23명에 이르는 피랍자 규모도 변수다. 그만큼 납치세력의 요구 수준이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알자지라>는 탈레반이 “시한을 연장해 한국 정부가 아프간 정부를 더 압박해 자신의 목표인 탈레반 재소자 석방을 성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 대통령은 21일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에게 전화해 조속한 해결을 위한 아프간 정부의 협조를 요청했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한국의 정부와 민간이 아프간 재건에 노력해 왔고,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경제 지원을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국제사회와 공조=지난 3월 납치된 이탈리아 언론인 다니엘레 마스트로자코모가 탈레반 수감자 5명의 석방과 함께 무사히 풀려났다. 이는 피랍 한국인들의 무사 귀환 교섭에 힘이 되기도 하지만, 부정적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탈리아 사례’ 이후 ‘극단주의자의 승리’라거나 ‘석방→납치 확산’의 악순환에 빠져들 것이라는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높았기 때문이다. 당시 카르자이 대통령은 ‘단 한번뿐인 거래’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정부 당국자가 “아프간 정부는 물론 우방국 및 유엔 등과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확보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송민순 외교부 장관은 이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해 주요국 외무장관과 연쇄 전화협의를 벌였다. 반 사무총장은 “유엔 차원의 가능한 모든 협조 제공”을 약속했다고 정부 당국자가 전했다. 합동참모본부도 아프간 주둔 미군의 연합합동군사령부(CJTF-82),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이끄는 국제안보지원군(ISAF)과 정보 수집 네트워크를 공유하며 협조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납치세력과는 심리전=외국 언론들이 전하는 납치세력의 요구사항은 △수감된 탈레반 요원과 한국인 피랍자의 맞교환 △동의·다산부대의 철수 △한국인들의 현지 선교 금지 △금전 요구 등 다양하다. 하지만 정부는 납치세력이 유력 외국 언론들을 활용해 ‘고도의 심리전’을 펼치고 있다고 보고, 이와 관련한 판단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한편으로 정부는 탈레반 쪽의 명분을 줄이는 조처도 취하고 있다. 그들이 요구한 한국군 철수에 대해서는 연말 이전 철군 계획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선교 금지’와 관련해선 이미 주한 아프간 대사관에 한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 중단을 요청했고 여행금지 조처도 취했다. 현지 한국인 철수도 강력히 권유하고 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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