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아랍계 초등 교과서에 실려
좌파 교육부장관 인가 내주자 우파 정치인들 발끈
이스라엘에서 새로 인가된 아랍계 초등학교 3학년 공민교과서를 둘러싸고 좌·우파 사이의 정치적 논란이 뜨겁다.
발단은 이스라엘 교육부가 22일 1948년 이스라엘 건국전쟁(제1차 중동전)이 아랍인에게 “재앙”이라고 표현한 공민교과서를 처음 인가하는 역사적 조처를 취한 것이다. 아랍계 이스라엘인(팔레스타인계)들은 “모든 학생들에게 새 커리큘럼이 확대 적용돼야 한다”며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반면, 우파 유대정치인들은 “이스라엘의 국가존립에 반한 것”이라며 교육부 장관의 해임을 촉구하고 나섰다고 〈뉴욕타임스〉가 23일 보도했다. 새 공민교과서는 “건국전쟁으로 일부 팔레스타인인들이 추방됐고, 아랍인들의 많은 토지가 압류됐다”며 “이를 두고 아랍인들은 재앙과 상실, 치욕의 전쟁을 뜻하는 ‘낙바’라 부르며, 유대인들은 건국전쟁이라 부른다”고 적고 있다.
좌파인 노동당 소속의 율리 타미르 교육부 장관은 〈이스라엘라디오〉 회견에서 “이스라엘에는 유대인과 아랍인이 함께 살고 있고, 아랍인들도 자신들의 감정 표현이 허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담당관리인 달리아 페니그도 “우리가 함께 살고 공동으로 뭔가를 건설하고자 한다면 아랍인들에게 민감한 사항들을 감추고 무시하는 것은 교육학적으로 옳지 않다”며 “커리큘럼 변경은 교육계 전문가들의 순전히 교육학적인 고려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우파 리쿠드당의 베냐민 네타냐후 전 총리는 “우리 손으로 아랍인들의 정치선전을 아이들에게 주입시키는 꼴”이라고 비난했고, 베이테이누당 출신의 아비그도르 리베르만 전략부장관도 “좌파 노동당의 자기학대적인 패배주의”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에선 아랍계와 유대계 학생들이 따로 수업을 받고 있다. 그렇지만 유대계 교과서도 이스라엘 건국에 대한 금기사항들을 수용하기 시작했고, 아랍계 학교의 커리큘럼도 아랍문화를 더 많이 수용하는 쪽으로 바뀌어나가고 있다. 이번 교과서 개편에서 초등학교 3학년 유대계 공민교과서에는 “재앙”이라는 부분이 실리지 않았다. 페니그는 “초등 3학년은 너무 어려 서로 상충되는 기술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이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약 700만명의 이스라엘 인구 가운데 20%가 팔레스타인계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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