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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석방협상 장기화 조짐…탈레반 ‘담판’ 역제안 촉각

등록 2007-07-23 21:32수정 2007-07-24 01:44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닷새째인 23일 오후 정부 관계자들이 서울 종로구 외교통상부 서남아대양주과에 마련된 ‘아프간 아국인 피랍 대책본부’에서 김재신 아시아태평양국장(왼쪽에서 두번째) 주재로 대책회의를 마친 뒤 일어서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닷새째인 23일 오후 정부 관계자들이 서울 종로구 외교통상부 서남아대양주과에 마련된 ‘아프간 아국인 피랍 대책본부’에서 김재신 아시아태평양국장(왼쪽에서 두번째) 주재로 대책회의를 마친 뒤 일어서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협상시한 3번째 연장
아프간 통제밖 최고위 사령관 석방까지 요구
미국 등 다국적군 동의 변수…상황 복잡해져
정부 “접촉은 계속 유지…좀더 지켜보자”

탈레반에 납치된 한국인 23명의 석방협상 시한이 세 차례나 연장되며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탈레반 쪽은 이날 한국 정부와 직접 협상을 요구하고, 아프간 정부의 통제권을 벗어난 수감자들을 맞교환 석방 대상으로 제시했다. 협상엔 난기류가 조성됨 셈이다. 탈레반이 23일 11시30분(현지시각 23일) 한국인 인질과 탈레반 수감자의 맞교환 시한을 다시 하루 연장하면서, 협상은 양쪽의 힘겨루기 차원으로 접어들고 있다.

세 차례 협상시한 연장=탈레반 쪽이 세차례나 협상시한을 연장하면서, 한국 정부와 직접협상을 요구하고 나선 데서는 청신호와 적신호가 함께 감지된다. 탈레반의 협상 의지가 있고 상황이 급박한 차원 넘겼다는 의미와 함께 협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탈레반은 한국 정부와 직접 협상 요구를 재차 촉구했다. 곧 다급한 한국 정부와 만나 협상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차원이다. <알자지라>는 “협상 시한을 연장한 것은 한국의 고위 협상단이 와 있고 이들과 협상할 기회를 갖기 위한 것”이라며 “부족 원로를 중재자로 한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의 협상은 결렬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공식제안을 받은 적이 없다고 일관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또 협상시한에 대해서도 애써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부 당국자가 이날 협상시한 마감에 앞서 “이후에도 접촉이 유지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현재로서도 무장단체쪽과 접촉은 유지되고 있다”고 말한 것이 이런 맥락이다.

한국 쪽의 ‘간접 협상’=탈레반이 한국 정부와 직접협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지에서 진행 중인 협상은 한국인들이 억류돼 있는 아프간 가즈니주 카라바그의 부족 지도자들이 탈레반 쪽과 대화하며 중재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일종의 ‘간접 협상’ 전략이다. 현지에서 영향력이 큰 부족 원로가 전면에 나서는 ‘간접 협상’은 두 갈래로 의미를 짚어볼 수 있다.

우선, 주권국 정부가 테러단체나 납치세력과 직접 협상하지 않는다는 국제사회의 관례를 존중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테러단체와 직접 협상하면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에 직면할 수 있다. 또 내용적으론 현지 문화와 정서에 밀착한 방식으로 탈레반 쪽과 원활한 협상을 하겠다는 전략이 담겨 있다. <데페아>(dpa) 통신 등은 “(현지 부족) 원로들의 의견은 지역민의 정서를 중시하는 탈레반 처지에서 함부로 무시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슬람·중동 전문가인 이원삼 선문대 교수는 “정부가 맥을 잘 찾긴 했는데, 평소 이들 부족 원로들과 얼마나 관계를 잘 맺어왔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탈레반의 직접 협상 요구=이날 오후 탈레반 지휘관인 압둘라 잔의 대변인이 “아프간 정부와의 협상이 실패 쪽으로 가고 있다”며 한국 정부와 직접 협상을 촉구했다고 현지 통신사인 <아프간이슬라믹프레스>(AIP)가 전했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탈레반 쪽의 속내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한국인 인질과 탈레반 수감자의 맞교환이 핵심 요구라면, 아프간 정부 이외의 세력이 협상 전면에 나서기는 어렵다. 이 점에서 한국 정부를 통해 아프간 정부 등을 압박하려는 탈레반 쪽의 일종의 심리전이거나 금전 등 또다른 요구를 내세우려는 포석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탈레반이 맞교환 석방을 요구한 수감자 가운데는 2주 전 체포된 가즈니주 탈레반 최고위급 사령관이 포함돼 있다는 <워싱턴포스트> 인터넷판 보도 내용도 상황 전개에 영향을 끼칠 주요 변수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이날 탈레반 대변인 유수프 아마디와 전화 통화를 근거로 ‘탈레반이 석방을 요구하는 수감자 중엔 미국·캐나다·영국군 감옥에 수감된 이들이 포함됐다’고 보도한 내용도 심각하다. 이는 결국 아프간 정부를 넘어 미국 등 다국적군을 파견한 주요국의 동의가 있어야 해결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밤 심각한 표정으로 “좀더 지켜보자”며 말을 아꼈다. 피랍자의 규모나 탈레반의 요구 수준을 고려할 때 큰 불상사 없이 사태가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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