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문가 유달승 교수
중동 전문가 유달승 교수 분석
“23명이 기독단체 회원인 게 결정적으로 다른 점”
“탈레반은 단순 무장단체 아냐…협상중 인질 살해한 적 없어” “이번 협상은 ‘이탈리아 모델’이나 김선일씨 사건과는 차이가 크며, 장기화 가능성이 높다.” 중동 정치 전문가인 유달승 한국외국어대 교수(이란어과)는 지난 3월 기자가 인질로 잡혔다가 탈레반 수감자 5명과 맞교환해 풀려난 ‘이탈리아 모델’과 달리 이번 한국인 납치사건에는 인질들이 기독교 단체 회원들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차이가 있다고 23일 설명했다. 그는 “중동 언론에서 피랍자들이 대부분 한국인 기독교도 또는 선교사로 묘사되고 있다”며 “이슬람권 전역에서 이슬람교도에 대한 선교는 불법이고, 더구나 탈레반의 교리는 그들이 정한 원칙과 규정에 위반하는 것을 이단으로 간주한다”며 협상의 큰 걸림돌로 예상했다. 특히 아프간에서 지난해 한국 기독교단체가 대규모 평화축전을 열려 했던 것이 많은 후유증을 남겼다고 우려했다. 유 교수는 “인질 수가 23명이나 되는 것도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질 수가 많기 때문에 탈레반으로선 정부와 다국적군의 수색, 구출작전을 피해 인질들을 억류하는 데 애를 먹겠지만, 인질 수에 맞게 과도한 요구를 할 가능성도 크다.” 그는 한국인 인질들의 안전에 대해 “탈레반은 이라크에서 김선일씨를 납치·살해했던 무장단체와는 달리 과거 국가를 통치했던 세력”이라며 “협상이 진행 중인 과정에서 인질을 살해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슬람 전통을 어기면서 여성 인질을 살해할 가능성도 낮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억류 지역을 포위하고 있는 아프간군과 다국적군이 병력을 진격시켜 탈레반을 위협한다면 인질들에게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유 교수는 탈레반이 훨씬 강력한 ‘신탈레반’으로 재편됐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탈레반의 부활이 아니라 ‘신탈레반’의 탄생이라고 봐야 한다. 과거에는 파슈툰족 중심의 탈레반 원리주의 집단이었다면, 미국에 쫓겨난 뒤 재결집하면서 과거 파슈툰족 추종자 외에 민족주의자, 이슬람 근본주의자 등 훨씬 다양한 세력으로 확장됐다.” 유 교수는 “탈레반의 최고 지도자인 물라 오마르는 정신적 지도자로 남아 있으며, 그 아래 지도위원들의 독자적 의사결정이 용인되는 느슨한 집단지도체제로 변했다”고 설명하면서 “납치 초기 인질 수에 대한 혼선도 이런 느슨한 집단지도체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협상 과정에서도 탈레반 내의 다양한 의사결정 구조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탈레반은 단순 무장단체 아냐…협상중 인질 살해한 적 없어” “이번 협상은 ‘이탈리아 모델’이나 김선일씨 사건과는 차이가 크며, 장기화 가능성이 높다.” 중동 정치 전문가인 유달승 한국외국어대 교수(이란어과)는 지난 3월 기자가 인질로 잡혔다가 탈레반 수감자 5명과 맞교환해 풀려난 ‘이탈리아 모델’과 달리 이번 한국인 납치사건에는 인질들이 기독교 단체 회원들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차이가 있다고 23일 설명했다. 그는 “중동 언론에서 피랍자들이 대부분 한국인 기독교도 또는 선교사로 묘사되고 있다”며 “이슬람권 전역에서 이슬람교도에 대한 선교는 불법이고, 더구나 탈레반의 교리는 그들이 정한 원칙과 규정에 위반하는 것을 이단으로 간주한다”며 협상의 큰 걸림돌로 예상했다. 특히 아프간에서 지난해 한국 기독교단체가 대규모 평화축전을 열려 했던 것이 많은 후유증을 남겼다고 우려했다. 유 교수는 “인질 수가 23명이나 되는 것도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질 수가 많기 때문에 탈레반으로선 정부와 다국적군의 수색, 구출작전을 피해 인질들을 억류하는 데 애를 먹겠지만, 인질 수에 맞게 과도한 요구를 할 가능성도 크다.” 그는 한국인 인질들의 안전에 대해 “탈레반은 이라크에서 김선일씨를 납치·살해했던 무장단체와는 달리 과거 국가를 통치했던 세력”이라며 “협상이 진행 중인 과정에서 인질을 살해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슬람 전통을 어기면서 여성 인질을 살해할 가능성도 낮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억류 지역을 포위하고 있는 아프간군과 다국적군이 병력을 진격시켜 탈레반을 위협한다면 인질들에게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유 교수는 탈레반이 훨씬 강력한 ‘신탈레반’으로 재편됐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탈레반의 부활이 아니라 ‘신탈레반’의 탄생이라고 봐야 한다. 과거에는 파슈툰족 중심의 탈레반 원리주의 집단이었다면, 미국에 쫓겨난 뒤 재결집하면서 과거 파슈툰족 추종자 외에 민족주의자, 이슬람 근본주의자 등 훨씬 다양한 세력으로 확장됐다.” 유 교수는 “탈레반의 최고 지도자인 물라 오마르는 정신적 지도자로 남아 있으며, 그 아래 지도위원들의 독자적 의사결정이 용인되는 느슨한 집단지도체제로 변했다”고 설명하면서 “납치 초기 인질 수에 대한 혼선도 이런 느슨한 집단지도체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협상 과정에서도 탈레반 내의 다양한 의사결정 구조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