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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협상 뒷전서 침묵 ‘미국의 딜레마’

등록 2007-07-23 22:04수정 2007-07-23 22:16

피랍 한국인 억류 추정지역
피랍 한국인 억류 추정지역
부시 정부, 공식견해 발표없어
비타협 원칙 고수 속 ‘조용한 해결’ 바라
반미 정서 확산 우려…한국 노력 막진 못해

한국인 23명 납치라는 아프가니스탄 최대의 인질사태에 대해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곳에서 대테러 전쟁을 주도해온 부시 행정부는 탈레반의 핵심 요구인 수감자 석방에 사실상 결정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미 행정부의 침묵에는 주말인 탓에 공식 견해 발표가 늦어진다는 이유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테러단체에 의한 인질사태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기본 방침이 반영됐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부시 행정부는 공식적으로 테러범들과의 협상이나 양보를 인정하지 않는다. 부시 행정부는 외교채널을 통해 사태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 관련 정보 제공 등으로 적극 돕겠다는 뜻을 한국 정부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행정부는 인질사태의 조용한 해결을 위해 언론보도도 자제해 주길 바라고 있다. 아프가니스탄과 서울발로 관련 보도를 내보내는 미국 언론의 태도도 미 행정부의 방침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 곳곳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부시 행정부가 석방 협상에 적극 개입하거나 구출작전을 주도할 생각은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최고 목표는 알카에다와 탈레반의 궤멸이다. 22일 <폭스뉴스>와 <시엔엔> 방송에 출연한 프랜시스 프래고스 타운센드 백악관 국토안보보좌관은 탈레반과 알카에다 문제를 얘기하면서도 이틀 전 일어난 한국인 인질사태에 대해선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미국의 최우선적 과제는 미국인들을 보호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그 어떤 선택도 테이블 위에서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추가 군사행동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이는 2004년 이라크에서 김선일씨가 납치됐을 때 미 국무부 대변인이 “무고한 시민을 납치한 데 대해 비난하며, 가족들의 아픔에 공감한다”는 논평을 낸 것과 비교가 된다. 이런 태도는 미국의 ‘냉담’으로 비친다. 미국과의 거리 두기가 탈레반과의 협상에선 이롭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란 해석도 있다.

미국이 인질 석방을 위한 해당 동맹국의 협상 노력을 방해하기는 어렵다. 그럴 경우 동맹국에서 반미 정서가 급속히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이탈리아 기자가 납치됐을 때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테러범과 협상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들에게 그러라고 권하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기자의 석방을 위해 탈레반 수감자 5명과 맞교환이 이뤄졌을 때에는 “테러를 보상하는 것이고 추가 납치를 부추기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렇지만 미군 장성이 아프간 주둔 나토군 사령관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맞교환이 부시 행정부 몰래 이뤄졌다고 하기는 어렵다. 당시 이탈리아 정부와 미국 정부는 긴밀한 외교채널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의 마르크 헬러 소장은 “납치범들과의 협상에 확실한 이론적 틀은 없다”며 “이는 국내 여론의 압박을 받는 해당국 정부의 특수한 정책결정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협상이 이뤄진 뒤 사후 분석을 통해 실수였다든지 아니면 다시 협상에 나서야 한다든지 평가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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