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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석방자 증언으로 추정하는 아프간 피랍자들의 상태

등록 2007-07-24 18:02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세력과의 인질석방 협상이 장기화할 조짐이 커지면서 피랍 한국인들의 현재 상태가 어떻고 앞으로는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게 하고 있다.

아프간 이슬라믹 프레스(AIP) 보도 등을 종합해볼 때 탈레반은 한국인 인질들에게 목욕을 하고 옷을 갈아입을 수 있도록 했으며 아침 메뉴로는 초콜릿과 비스킷을 제공하는 등 현재로선 인질들의 상태가 그렇게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프간 사정에 정통한 현지 소식통은 한국인 인질 가운데 일부는 건강상태가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24일 밝혔다.

이 소식통은 "'한국인 인질의 건강상태가 좋다'고 말했던 유수프 아마디 탈레반 대변의 입장이 오늘 아침 조금 바뀐 것과 음식, 약품 부족을 거론하는 것을 볼 때 일부 한국인 인질이 아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탈레반에 납치됐다 풀려난 사람들의 경험담은 피랍자들의 상태를 완전히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와 동시에 그렇게 낙관할 수 없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지난 3월 보름만에 풀려난 이탈리아 기자 대니얼 마스트로쟈코모(52)는 "탈레반은 인질교환이 합의됐다는 소식에 기관총을 공중으로 쏘아대며 기뻐했다. 탈레반 사령관이 나를 껴안았다. 사령관은 나를 석방하기 전에 내귀에 대고 완벽한 영어로 '신의 뜻이라면 천국에서 다시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마스트로쟈코모가 어떤 상태로 보름을 지내다가 풀려났는지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 2001년 9월 부르카를 입고 아프간에 들어갔다 탈레반에 10일간 억류된 뒤 풀려난 영국 선데이 익스프레스지 여기자 이본 리들리는 자신의 피랍 생활을 '탈레반 지옥 10일간'이라고 표현했다.

리들리는 파키스탄 신문 '돈(Dawn)'에 실린 피랍 일기에서 자신이 이슬라마바드에서 토르크함을 거쳐 접경도시 잘랄라바드까지 잠입하는 과정과 카메라가 떨어져 신분이 들통나면서 탈레반에 억류당한 과정을 비교적 상세하게 소개했다.

그녀는 일기에서 "카메라를 바라보던 탈레반 남자의 얼굴을 잊을 수 없다. 그가 제발 그냥 지나가길 바랐지만 주변엔 이미 사람들이 '아메리카 스파이, 스파이'를 외치고 에워쌌다"며 긴장된 순간을 회상했다.

일기에는 또 "세상이 내가 잡힌 사실을 알고나 있을까 두려웠다. 본사나 가족과 연락이 닿기 전까지는 아무 것도 먹지 않겠다며 단식을 시작했다"는 내용 등 억류됐을 때의 절박한 심정이 솔직하게 나타나 있다.

그녀는 또 "오후 5시쯤 폭발음 같은 소리가 들려 벌떡 일어서자 나를 지키던 간수 압둘 무니르는 코웃음을 치고는 총을 잡았다. '아메리카'라며 총을 들어 지하드를 외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그녀의 그러면서도 "나는 이튿날 의사를 불렀고 다시 변호사를 불렀다. 이건 인간의 마지막 권리라고 주장했고 그들은 거부하지 못했다"면서 자신을 납치했던 탈레반이 완전히 극악무도한 사람들은 아니었음을 간접적으로 확인했다.

반면 지난 4월 탈레반에 납치됐다 5주만에 풀려난 프랑스인 구호단체 요원 에릭 당프레비유는 납치기간 내내 묶여 있었고 건강이 상당히 안좋은 상태였다는 사실이 구호단체 관계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이번에 납치된 한국인들은 이들보다는 비교적 좋은 상황에 놓여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협상이 지연될수록 정신적, 육체적 고통이 가중될 것이라는 점에서 가족들의 근심도 날로 커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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