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중동·아프리카

탈레반 “교섭중엔 한국인 살해 않겠다” 실리에 초점

등록 2007-07-24 19:08수정 2007-07-25 08:03

아프가니스탄 가즈니주 주민들이 24일(현지시각) 탈레반에 납치된 한국인 23명의 조속한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가즈니/AP 연합
아프가니스탄 가즈니주 주민들이 24일(현지시각) 탈레반에 납치된 한국인 23명의 조속한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가즈니/AP 연합
탈레반 요구조건 구체화…“시간 더 주겠다”
국제사회 비난·은신처 봉쇄 부담 느낀듯


한국인 피랍자 석방을 둘러싼 탈레반과 한국 정부 쪽의 협상이 상당히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탈레반이 협상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고, 한국 정부 역시 피랍자 조기 석방을 위한 총력전 태세다.


탈레반이 23일 한국 정부와의 직접 협상을 요구했을 때만 해도 한국 정부 쪽에선 우려 섞인 시각이 우세했다. 탈레반이 아프간 정부와의 협상에 강한 불만을 나타내, 더 강경한 조건을 제시할지 모른다는 관측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탈레반은 24일 오후 들어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탈레반은 세번째 연장된 협상 시한(한국시각 24일 밤 11시30분)을 앞두고 태도를 급속히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아프간 정부의 한 관계자는 <교도통신>에 “탈레반의 자세가 누그러졌다”고 말했다. 주요 외신들도 관계자들의 말을 통해 협상을 낙관한다는 보도를 잇달아 내놓았다. 카리 유수프 아마디 탈레반 대변인이 곧 협상이 끝날 것이라는 전망을 공개적으로 내놓고, 협상 시한을 넘기더라도 협상을 계속하겠다고 밝힌 대목도 상당히 적극적인 탈레반의 협상 자세를 보여준다. 협상이 빠른 진척을 보이고 상대를 신뢰하게 되면 여성 등 일부 피랍자를 우선 석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탈레반의 이런 자세 전환은 한국 정부가 총력 협상에 나선 만큼 빨리 실리를 챙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협상이 지루하게 늘어져 국제적 비난의 표적이 되는 것보다는 인질 석방 요구가 높았을 때 ‘비싼 값’에 흥정을 하겠다는 것이다.

탈레반의 조바심도 엿보인다. 한국 정부와의 직접 협상을 요구한 것도 사태를 길게 끌지 않으려는 의도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탈레반 입장에서는 나토군과 정부군이 납치·피랍자들의 위치를 파악해 포위했다는 점이 부담이다. 이전에는 외국인을 많아야 4명까지 납치한 탈레반 납치세력의 위치가 노출된 적이 없었다. 독일의 <데페아> 통신은 정부군이 22일 이른 시간부터 카라바그의 한 마을을 둘러싸고 있다고 보도했다.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칼리 유수프 아마디는 23일 “정부가 요구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우리로서는 인질들한테 안전과 건강, 음식을 공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단 협상 경과가 불만스러워 피랍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말로 들리지만, 봉쇄 때문에 필수물자 조달에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

탈레반의 태도를 전술적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국제사회에 자신들이 평화적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면서 좀더 많은 한국 정부의 양보를 얻어내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탈레반이 피랍자와 같은 수의 동료 석방이라는 요구 수준을 얼마나 조정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탈레반한테는 지난 3월 이탈리아 기자를 납치했다가 고위급 동료 5명을 돌려받고 풀어준 경험이 있다. 탈레반은 한국인들을 납치하기 전날 와르다크주에서 납치한 2명의 독일인들 가운데 생존한 것으로 알려진 1명에 대해 동료 10명 석방을 대가로 내걸었다. ‘수감자 교환’의 원조 격인 팔레스타인과 레바논 무장단체들이 1970년대 말부터 이스라엘군 몇명을 풀어주는 대신 동료 수백~수천명을 돌려받은 관행에 비춰볼 때, 탈레반이 피랍자 수보다 적은 ‘대가’에 만족할지는 불투명하다.

현재로선 뜻밖의 돌발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비교적 낮다. 한국 정부가 유혈사태를 빚을 게 확실시되는 나토군의 구출작전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데 대해, 탈레반 쪽은 협상 중에는 인질을 살해하지 않겠다는 ‘성의’ 표시로 대답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