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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탈레반 민간인 납치와 지하드의 연관성

등록 2007-07-25 09:09

이슬람 원리주의를 표방하는 아프가니스탄 무장세력인 탈레반은 지난 19일 여성 18명을 포함한 한국인 23명을 납치한 뒤 아프간 군과 다국적 군에 체포된 동료들과의 교환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탈레반은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인질들에게 위해를 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슬람 급진세력인 알-카에다가 미국 본토를 공격한 2001년의 9.11 테러를 계기로 이슬람 저항세력이 활개치는 아프간과 이라크에서는 민간인 납치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인질들 중 일부는 몸값 지불 등을 통해 무사히 풀려나기도 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이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이슬람 무장세력이 벌이는 납치극은 종교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서구의 침략에 저항하는 이슬람 무장세력의 납치극은 성전(지하드)의 한 수단으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슬람의 의미는 평화이며, 평화는 이슬람의 본질이고 목적이라고 한다.


무슬림들이 일상의 인사말로 하는 `앗 살람 알라이쿰(당신에게 평화가 깃들기를)'은 이슬람에서 평화의 의미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그러나 이슬람에서는 평화와 대척 개념인 성전을 인정하고 있다.

무슬림들에게 성전은 자기를 방위하고 정의, 자유, 평화를 회복하는 합법적이고 정당한 수단이라고 저명한 이슬람 학자인 함무디 압달라티는 지적하고 있다.

이슬람 경전인 코란에는 이와 관련해 주목할만한 구절이 있다.

"저들이 먼저 너희에게 싸움을 걸어온다면 살해하라. 이것이 신앙을 억압하는 저들의 대가이니라"가 바로 그 것이다.

이 구절은 물리적인 싸움으로 표출되는 성전이 상대의 도발이 있을 경우에는 정당화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아프간은 9.11 테러에 따른 보복전에 나선 미국의 침공을 받았다.

당시 아프간 집권 세력이었던 탈레반의 입장에서는 미국과 미국의 동맹세력은 싸움을 걸어오는 적이고, 이들을 몰아내기 위한 모든 형태의 싸움은 성전으로서 정당성을 인정받는 것이다.

군인이 아닌 민간인 납치가 성전의 범주에 드는 지를 놓고는 논란이 있다.

그러나 탈레반은 막강한 첨단무기로 무장한 점령군에 비해 화력에서 열세에 놓여 있고, 침략자와 싸워 이겨야 하는 탈레반으로서는 이런 처지를 만회하기 위한 전술을 좇을 수 밖에 없다.

점령군 편으로 간주되는 민간인 납치가 탈레반에게 효과적인 성전 수단이 되는 이유다.

민간인 납치는 선전 효과가 크고, 성전수행에 필요한 자금원이 되는 몸값을 받아낼 수 있는 등 손쉽게 많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이라크에서 이슬람 저항세력의 외국인 납치가 한때 기승을 부린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슬람 무장세력의 납치, 테러, 자살폭탄 공격에 대해 정수일 전 단국대 교수 같은 이슬람 학자들은 정치를 빙자한 왜곡된 성전이라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일부 이슬람 전문가들은 탈레반이 한국인 인질들을 성전 수행을 위한 하나의 도구 정도로 여기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상식적 관점이 아닌 그들의 시각에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불행한 사태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박세진 특파원 parksj@yna.co.kr (카이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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