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서 피랍된 봉사단을 인솔했던 배형규 목사가 살해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25일 밤 경기 성남 분당 샘물교회에서 교인들이 울음을 터뜨리며 교회로 모이고 있다. 성남/김진수 기자 jsk@hani.co.kr
부인·딸 밤샘기도…부친 “오보였으면”
피랍된 아프가니스탄 단기 선교회를 이끈 배형규(42) 목사가 살해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25일 밤 10시30분께 배 목사의 아버지 배호중(72)씨가 장로로 있는 제주시 영락교회 예배실에서는 나즈막한 기도소리와 함께 흐느낌이 울려퍼졌다.
배 장로는 예배실에서 성경책을 머리에 댄 채 나즈막한 목소리로 기도문을 외웠다. 배 목사의 어머니 이창숙 권사는 흐느끼며 교회 안으로 들어섰다. 배 장로는 기도가 끝난 뒤 예배실을 나서며 “아직은 아무것도 공식적인 발표가 없으니 할 말이 없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배 장로는 이어 “오보일 수도 있다”며 한가닥 희망을 놓지 않았다. 배 장로는 “생명은 하나님께 달려있다. 기도해달라”며 성경책을 꼭 쥐었다.
비슷한 시각, 경기 분당 샘물교회에서 2분 거리에 있는 상가주택 2층 배 목사의 집에는 불이 꺼져 있었다. 대신 배 목사 부인 김아무개(36)씨와 초등학교 3학년인 딸은 샘물교회 2층 본당에서 밤새 배 목사가 살아있기를 빌며 간절한 기도를 올렸다. 애써 충격을 감추며 한가닥 기대를 놓치지 않으려 몸부림쳤다.
[현장] “어떻게 이럴수가… 제발 사실 아니길” 통곡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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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목사가 청년회 담임목사로 있는 경기 성남시 분당 샘물교회 신도들도 큰 충격에 빠졌다. 신도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서로를 부둥켜 안고 사실이 아니길 간절히 기도했다. 본당을 빠져나오던 신도 1천여명은 “안돼, 안돼”라고 울부짖으며 울음을 터뜨렸다.
배형규 목사는 누구?
직장다니다 신학대 진학 목회자의 길
청년사역에 공들여…신도들 신망 높아
배 목사는 샘물교회 박은조 담임 목사와 함께 1998년 이 교회를 창립했다. 배 목사는 300여명에 이르는 청년회 신도들에게 일일이 기도 제목을 챙겨줄 정도로 살뜰해 신망이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배 목사는 지난 4월 방글라데시아에서 봉사활동을 벌였고, 이번 아프가니스탄 단기 선교에서 돌아온 뒤 다시 아프리카로 떠나 봉사활동을 펼칠 계획이었다고 샘물교회 쪽은 전했다.
제주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배 목사는 제주 제일중·제일고를 졸업한 뒤 서울로 진학해 한양대를 졸업하고 서강대 대학원 경영학과를 마쳤다. 쌍용그룹에 입사해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던 그는 목회자의 길을 걷겠다며 장로대 신학대학에 진학했고, 이때부터 청년 사역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배 목사의 아버지는 “학창 시절에 마음이 착하고 어려운 이웃을 도와줄 줄 아는 신앙심이 깊은 학생이었다”며 “정의는 이길 것이다. 좋은 일을 하기 위해 떠났기 때문에 밝은 모습으로 돌아올 것을 확신한다”고 지난 22일 언론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다.
배 목사가 피살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날 밤 절친한 친구인 서울 동작구 낙도선교회 박원희 목사는 <한겨레>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아프가니스탄에 들어가기 직전 전화 통화를 하면서 ‘오랫동안 보지 못해서 정말 보고 싶다. 아프간에서 돌아오면 한 번 보자’고 했다”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그는 “형규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돈으로 사람을 살리는 것보다 종교로 사람을 살리고 싶다며 뒤늦게 신학대에 진학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에 앞서 낙도선교회 누리집에 “내 친구 배형규 목사는 참 신실한 형제였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 지나가지 못하는 형제였습니다. 정말 이슬람을 사랑하고 걱정하는 형제였으며 열방의 영혼을 사랑하는 형제였습니다”라고 적었다.
제주 성남/허호준 김기성, 최현준 기자 player18@hani.co.kr 동영상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직장다니다 신학대 진학 목회자의 길
청년사역에 공들여…신도들 신망 높아

25일 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 탈레반에 살해된 것으로 추정되는 배형규 목사.(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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