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중동·아프리카

전문가들이 본 인질살해 사태

등록 2007-07-26 02:42

배목사 ‘선교’ 이유로 피살 가능성
탈레반 밀어붙이기 협상난항 예상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인질 8명 석방의 낭보와 1명 사망의 비보가 엇갈린 25일, 전문가들은 협상 전략을 둘러싼 탈레반 내부의 갈등과 대규모 인질 관리 부담을 줄이려는 현지 무장조직의 의도가 이런 결과를 촉발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협상 전문가인 이종화 경찰대 교수는 “내부적인 문제에서 그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본다”며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질 8명을 풀어주기까지 탈레반 내부에서 논란이 컸을 것”이라며 “유화적 측면을 보여주는 동시에 한 명을 희생시킴으로써 협상에 불만을 품은 강경파의 불만을 달래기 위한 행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동정치 전문가인 유달승 외국어대 이란어과 교수도 “언론 보도대로 먼저 8명이 석방되고, 이후 1명이 살해된 것이 맞다면, 온건파가 8명을 풀어주기로 하자 강경파가 이에 반발하고 협상력을 유지하기 위해 1명을 살해한 뒤 촉박한 최종 협상 시한을 제시해 반드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로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탈레반 내부 갈등에 무게를 뒀다.

이슬람·중동 전문가인 이원삼 선문대 국제학부 교수는 인질 관리 부담을 줄이려는 차원의 고려도 작용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탈레반이 18명이나 되는 여성을 계속 인질로 묶어두기엔 부담이 컸을 것”이라며 “풀려난 사람들이 대부분 여자라는 점도 그런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형규 목사가 첫 희생자가 된 것은 철저한 반 기독교 이념을 갖고 있는 탈레반의 성격상 예견된 수순으로 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종화 교수는 “희생자를 누구로 할 것인가의 측면에선 이슬람 원리주의에 철저한 탈레반으로선 당연히 여자가 아닌 남자, 남자 가운데선 이교의 성직자인 목사직을 가진 인솔자를 1차 대상으로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유달승 교수도 “배 목사는 선교에 대한 복수로 살해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협상 전망을 두곤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렸다. 유달승 교수는 “강경파는 이미 8명이 석방된 상황에서 수감자 석방을 꼭 이뤄내기로 밀어붙일 가능성이 커 협상이 극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반면 이원삼 교수는 “탈레반이 협상을 할 의지가 없었다면 아예 처음부터 끝장을 냈을 것”이라며 “비록 1명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협상의지는 분명하다고 봐야 하며, 협상 기간이 길수록 성공 확률은 높아질 것”이라고 희망적으로 봤다. 그는 앞으로 추가 희생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특히 대부분 여성이 풀려난 점으로 볼 때 여성은 앞으로도 희생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종화 교수도 “탈레반은 처음 납치 때부터 협상 의지를 보였고, 한 명 살해로 강경파의 명분도 충족시킨 만큼 제2의 희생자가 나오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제2, 제3의 희생자 나오면 우리 정부도 강경대응이 불가피해진다”며 “철군도 안되고 포로들 석방도 물건너 갈 수 있고, 경제적 보상도 어려워질 수 있는 만큼, 일단 추가 희생은 확률이 낮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탈레반은 이교도 대표를 처단했다는 명분을 보인 만큼, 앞으로 실리를 챙기기 위해 추가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올 수 있다”고 기대했다.


앞으로 한국 정부의 대응과 관련해, 유달승 교수는 “진압작전은 위험부담이 너무 크고, 요구조건을 들어주는 협상은 극히 어려울 것”이라며 “탈레반에 대한 영향력과 정보력이 큰 파키스탄 정부의 협조를 얻는 등 전방위 협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원제 박민희 기자 wonj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