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경찰관이 25일 수도 카불과 지난 19일 한국인 납치사건이 일어난 가즈니주를 잇는 고속도로에서 한 여행자의 몸을 수색하고 있다. 카불/AFP 연합
가즈니즈 무셰키 지역에 주검 버려져
‘8명 석방’ 소식 20분만에 비보
탈레반, 아프간협상단 대표에 총질도
‘8명 석방’ 소식 20분만에 비보
탈레반, 아프간협상단 대표에 총질도
주검은 처참했다.
아프간 경찰들은 25일 밤 아프가니스탄 가즈니주 카라바그의 무셰키 지역에서 머리와 가슴, 배 등에 10발의 총격을 당한 채 숨진 주검을 발견했다. 현지 언론에서 ‘홍큐’라는 이름으로 보도된 배형규 목사는 납치 일주일 만에 차가운 주검이 되어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왔다. 이 비극으로 끝나기까지 25일 오후 5시간은 살해 위협⇒ 석방 소식 환호⇒살해 소식으로 이어지며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전날 탈레반이 석방 요구한 수감자 8명의 명단을 정부 협상단에 넘기고 협상장 안팎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되던 상황은 25일 새벽으로 넘어가면서 한동안 잠잠해졌다. 협상 진행 상황을 알리는 보도가 뚝 끊기면서 탈레반 수감자와 인질 맞교환이 물건너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해졌다. 협상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아프간 정부 협상단 대표인 와히둘라 무자다디는 이날 오후 한국인 인질 석방 협상을 하려고 협상 장소에 도착했다가 탈레반의 공격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아프간이슬람통신>(AIP)에 “탈레반 무장 대원들이 총을 쏘며 나를 납치하거나 살해하려 했다. 내 머리를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에게 보내겠다면서 위협했다”고 “다행히 현장에 있던 울라마(이슬람 법학·신학자)와 원로들이 도와 준 덕분에 붙잡히지 않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후 4시18분(이하 한국시간) 탈레반쪽이 8명의 수감자를 풀어주지 않으면 한국인 인질 가운데 일부를 살해하겠다는 협박이 전해지면서, 긴장은 더욱 고조됐다.
탈레반 대변인인 카디 유수프 아마디는 “(협상) 시한은 이미 만료됐다”면서 “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오늘(25일) 오후 2시(한국시간 오후 6시30분)까지 한국인 인질 중 일부를 죽일 것”이라고 위협했다. 살해 경고 시간까지는 불과 2시간 10여분을 남겨둔 상태였다.
그러자 아프간 정부 협상단 대표인 무자디디는 “우리는 (탈레반 죄수) 명단을 갖고 있고 탈레반 수감자 8명 석방 가능성을 여전히 검토하고 있다”며 협상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탈레반의 아마디는 오후 5시50분께 “협상 실패”를 선언하고 한국인 인질 일부를 처형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살해 경고 시간까지 불과 40분밖에 남지 않은 상황, 탈레반으로서도 막바지 협상에서 탈레반 수감자 석방에 실패할 경우, 다양한 조직들이 뒤섞여 강경파와 온건파가 공존하는 내부의 반발을 무마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강경 카드’를 꺼내들었던 셈이다.
긴장과 불안으로 가득하던 분위기는 인질에 대한 몸값 지불과 인질 8명 석방 보도가 전해지면서 극적으로 바뀌었다. <교도통신>은 오후 6시56분 아프간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에 거액의 몸값을 지불했으며 수감중인 탈레반 요원 8명의 석방도 약속했다’고 긴급 보도했다. 2시간 뒤인 8시58분 ‘피랍 인질 가운데 8명이 석방됐으며, 가즈니주 미군기지의 안전지대로 향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안도의 한숨과 환호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불과 20여분 뒤인 오후 9시21분 탈레반이 한국인 인질 1명을 살해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날 하루는 결국 탄식과 분노, 울음바다로 막을 내렸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긴장과 불안으로 가득하던 분위기는 인질에 대한 몸값 지불과 인질 8명 석방 보도가 전해지면서 극적으로 바뀌었다. <교도통신>은 오후 6시56분 아프간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에 거액의 몸값을 지불했으며 수감중인 탈레반 요원 8명의 석방도 약속했다’고 긴급 보도했다. 2시간 뒤인 8시58분 ‘피랍 인질 가운데 8명이 석방됐으며, 가즈니주 미군기지의 안전지대로 향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안도의 한숨과 환호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불과 20여분 뒤인 오후 9시21분 탈레반이 한국인 인질 1명을 살해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날 하루는 결국 탄식과 분노, 울음바다로 막을 내렸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