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의 한국인 납치사태가 중대 기로에 접어든 가운데 납치자 23명 가운데 배형규(42) 목사가 희생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외국 언론은 배 목사의 건강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AP통신은 아프가니스탄 현지 경찰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탈레반이 배 목사가 아프고 걸음을 걷지 못해 총살했다고 전했다. 이에 비해 교도통신은 배 목사가 몸이 아파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현재 상황에서 외신들은 배 목사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사실을 탈레반의 첫 희생자가 된 배경으로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탈레반은 한국인에 앞서 납치한 독일인 기술자 2명 가운데 당뇨병을 앓고 있는 인질 1명이 쓰러지자 등에 총격을 가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인질 관리의 목적인지는 알 수 없지만 건강이 좋지 않은 인질에 대해서 냉혹한 모습을 보인 전례가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탈레반이 배 목사가 기독교 성직자라는 사실을 인지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배 목사는 샘물교회 청년회 신도들로 구성된 한민족복지재단 아프간봉사단의 단장을 맡고 있다. 탈레반도 23명의 한국인 가운데 몇 안되는 남성 중 인솔자인 배 목사의 존재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탈레반이 이슬람 율법의 '우상금지'를 내세워 바미얀 석불 등 인류 문화유산까지 파괴할 정도로 극단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기독교 성직자인 배 목사에 대한 탈레반의 적대감은 적지 않았을 것이란 설명이다.
실제로 탈레반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최근 "우리는 이들이 선량한 이슬람 교도들을 이슬람으로부터 개종시키기 위해 이 곳에 온 것을 알고 있다. 그들이 여성이 아니었다면 현장에서 살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하기도 했다.
여성 인질들이나 다른 직업을 갖고 있는 남성 인질들과는 달리 배 목사는 직업 자체가 성직자라는 사실이 탈레반을 자극했을 개연성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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